왜 21세기는 전염병 시대가 되었을까?
글쓴이 : 윤 석현 가정의학과 전문의
직책 : 현 대전 노은 한사랑의원 원장
저서 :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바꾸는 전염병이란 무엇인가
글 출처 : 개벽밸리
글 연재 : 월간 개벽 2006년 3월호
이 글은 인터넷 네티즌용으로 재 편집된 내용입니다
월간 개벽 3월호의 내용보다 추가 , 보완된 글들이 있습니다.
글에 사용된 사진 모두는 월간 개벽 사진임을 명시 합니다.
밤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은 우리에게 신비감과 경외감을 선사해 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속삭일 때에도 하늘의 별을 보고 시를 지어왔고, 막연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마음의 의지를 굳힐 때에도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면서 맹세를 하고 희망을 꿈꾸고 살아왔다.
이렇듯 저녁 하늘의 별들은 너무나도 평화로와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 폭발과 은하계의 붕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변화는 결코 완만하지 않고 격동적이다. 그것이 우주의 실제 상황이자 현실이다.
우주의 한 부분에 속하는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 또한 우주의 격동 적인 모습과 그대로 닮았다. 챗바퀴 구르듯 굴러가는 반복적인 우주 시간의 흐름속의 우리들의 삶 또한 우주와 같이 격동이며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우주의 시간과 함께 흘러 가기를 강요 받고 우주와 함께 진화해 나가기를 요구 받는다.
우리는 지금 21세기 전염병 시대에 살고 있다.
2001년 구제역과 광우병의 세계적 확산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전 세계를 전염병의 공포로 몰고 간 사스 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였고, 2005년에 와서는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도 있다는 조류 독감이 사스의 뒤를 이어서 나타났다. 조류 독감의 경우 현제도 진행 중이며, 1억에서 10억의 인구가 사망 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이러한 조류 독감도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을 예고하는 신호탄에 불과 하다는 예측도 나와 있다.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대표 되는 컴퓨터 IT 산업과 나노 테크놀로지와 의학이 접목이 된 BT 산업으로 대표되는 21세기 초 과학 문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인류는 여전히 질병과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오히려 과거의 어떤 시대보다도 많은 질병과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에서 살고 있다.
과학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 왜 우리는 새로운 전염병과 계속 직면하게 되는 것일까?
전염병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기며 왜 발생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인간과 전염병과의 기나긴 인연은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그림 출처 : http://www.greatopen.net/cult/cult.asp?mode=read&idx=1802&find1=조류독감
과거의 전염병
버밍엄 대학교 사회의학교실의 저명한 교수이자 작가인 토마스 매큐언은 '질병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전염병이 최초로 발생하기 위한 조건으로 대규모 집단, 위생의 결핍, 영양결핍을 꼽았고 그중에서도 밀집해 있는 대규모 인구 집단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뽑았다. 하지만 이 조건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다.
전염병이 되기 위해서는 질병이 한 지역에서 다른 한 지역으로 전파가 되어야 한다. 한 지역에서의 풍토병이 타 지역으로까지 전파되는 전염병은 질병을 매개하는 인간을 통해서 가능 하였고, 질병의 전파는 무역과 전쟁에 의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주 요인은 전쟁이었다. 전쟁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대규모 인구의 이동을 의미 하는 것이므로 한 지역에서의 풍토병을 광범위한 지역의 전염병으로 확산 시키는 것도 전쟁이었다.
전쟁은 전염병의 전파로서의 매개 요인으로만 작용 했던 것이 아니다. 전염병이 발생 할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요인인 밀집된 대규모 인구 집단이라는 조건을 충족 시켜 주었던 것도 전쟁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큰 규모의 군대, 그리고 더 나은 이동 수단이 전쟁에 동원 될 수록 전염병의 강도와 전파력이 높아 질 수 있었다. 그리고 역사를 돌이켜 보면 큰 전쟁이 발발할 때는 반드시 큰 전염병이 뒤따랐으며, 인류 문명의 전환점에서는 전염병이 그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 하였다.
기원전 430년 아테네의 멸망을 가져온 역병의 경우에도 스파트라와 아테네 간의 전쟁이 시작 되면서 비롯 되었다. 이 때 부족 국가 수준의 스파르타가 대 제국 아테네를 이긴 것도 실은 스파르타의 정신력에 있던 것이 아니라 실은 아테네에 돌던 역병으로 아테네 인구수가 1/3으로 줄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테네 뿐만 아니라 로마의 붕괴에도 전염병이 관여 하였다. 로마 붕괴 1기에 해당하는 166년 부터 로마에는 시두가 발했하였다. 164년 시리아에서의 로마의 정복 전쟁 당시 시두가 전염이 되어 온 것으로 166년 로마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을 하는 즉시 로마에 시두가 창궐 하였고 이로 인해 로마 인구의 2/3이 사망을 하면서 로마는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로마 인구가 1/3으로 줄어 들면서 로마 군대의 병력을 용병으로 채우게 되었고, 결국 로마는 멸망의 기로로 접어 들었다.
그 이외에도 전쟁의 대발과 함께 시작된 전염병 창궐로 역사가 바뀐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20세기 전염병
밀집된 인구와 발달된 이동 수단만 놓고 볼 때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전염병이 발생하기 가장 좋은 이상적인 환경과 시스템 허브를 구축 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중국의 3대 전쟁이었던 적벽 대전을 위해 투입된 군대 인원이 100만 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는 100만명 이상의 대가톤급 거대 도시가 전 세계에 한 두곳이 아니다. 대전만 하더라도 인구가 130 만 명이고 서울의 경우는 1030만 명 이라고 한다. 전 세계의 대도시화, 아파트화는 대규모 인구 밀집 현상을 가장 잘 보여 주는 21세기의 자화상이다.
또한 전염병을 더 빠르고 신속하게 이동 시킬 수 있는 이송 수단이 과거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 되어 있다. 도시 마다 거미줄 처럼 설치 되어 있는 지하철, 도시와 도시 사이에 시원하게 뚤려 있는 고속 도로와 KTX 와 같은 고속 전철 등을 통해서 전염병은 신속하게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옮겨 질 수 있다. 또한 전 세계 대도시를 연결하는 비행기는 한 나라에서의 풍토병을 다른 나라로 쉽게 전달 할 수 있는 해 주었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된다. 전 세계의 도시화와 산업화가 되었던 19세기에서 20세기에는 왜 큰 전염병이 안돌았을까?
답은 2가지이다. 하나는 백신과 항생제로 대표되는 현대 의학이 병원균을 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실제로는 전염병이 돌고 있었는데 의도적으로 그러한 사실을 묵살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 의학이 전염병을 다 없앤 것은 아니다. 전염병의 발생을 백신과 항생제로 억제 해 온 것이다. 하지만 지구촌 인구가 60억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서 전염병 예방에 대한 부담은 점차 커져 갔고 20세기 말엽에 와서 전염병 억제 능력에 한계가 오기 시작을 하면서 크고 작은 전염병들이 전 세계에서 발생하기 시작 했다.
새로운 전염병의 시작을 21세기 사스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현대의학의 전염병 통제의 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한참 6.25 전쟁을 치르던 한국에서 1951년 발생한 한탄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해서 1953년에 밸생한 뎅기열, 1960년에 발생한 볼리비아 출혈열등 과거 역사에서 한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던 새로운 전염병들이 계속해서 대발하기 시작을 했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통제로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 만큼의 전염병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20세기 말 새롭게 부각된 전염병 발생 인자 : 환경 요인
이런 상황에서 생각치도 못하던 곳에서 전염병 발생의 새로운 인자가 하나 더 추가 되었다. 그것은 지구 환경 문제이다. 대도시 건설과 식량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열대 우림 개발이 불가피 해 졌고 열대 우림 파괴 및 자연을 훼손하기 시작 하면서 발생한 연쇄 효과로 인간은 그들이 자연을 훼손한 것 이상의 재제를 자연으로부터 받게 된다.
열대우림을 개발 하고 도시를 만들면서 생기는 환경 오염 물질들은 지구의 오존층의 일부를 붕괴 켰고 태양의 자외선등을 차단하여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던 오존층의 붕괴는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화 되었다. 급기야 융프라우에 있는 만년설과 남극과 북극의 빙하들 까지 바닷물 속으로 녹아 들어가면서 급격한 기온 변화 뿐만 아니라 강수량과 해수면이 증가를 동반하게 되었고, 이런 현상으로 2005년 재즈의 고향이라 불리는 뉴올리언스 같은 대도시가 바다 물에 침수 되는 현상까지 맞게 된다. 환경의 재해와 재난은 위생의 불결과 식량 부족으로 이어지게 되고, 전염병이 발생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 하게 된다.
인구 증가화 이동 수단 발달만으로도 전염병 발생 통제에 큰 부담을 받던 현대 의학과 보건 의학은 인간 사회 문제 보다 규모가 훨씬 큰 지구 자연의 환경 문제 까지 떠안게 되면서 한계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우리가 자신과 환경을 더욱 빠르게 변화시킴에 따라 새로운 전염병들이 다가오는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과거에 빙하기나 기상학적 이변이 만든 것 만큼이나 생태계를 변화 시켰다. 그렇게 우리와 미생물들은 서로 서로 살기 위해 어느 때 보다 빠른 속도로 춤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하는 동안 환경과 면역 방어 기전의 부담은 점점 늘어난다. (전염병의 문화사 27)
21세기 전염병
21세기의 서두를 장식한 사스는 이러한 현대의학의 한계를 들어 낸 최초의 조짐이요 전염병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전령자, 신호탄이었다. 2003년 5월 3일자 LA 타임스에서는 "사스는 앞으로 닥쳐올 전대미문의 괴질 확산의 전조일 뿐이다." 라고 밝혔으며 세계 보건 기구 줄리 홀 박사는 "사스는 단지 리허설"에 불과하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러한 세계보건기구의 전문가들의 걱정은 3년도 체 지나기 전에 발생한 조류 독감이 등장하면서 극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유행은 필연�이고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만일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 사이에 감염되기 시작하면 수주일 내에 최소 700만 명에서 최대 1억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으며 인간의 상상을 초월 하는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 한다. (개벽실제상황 391p)
문제는 사스와 조류독감은 전염병 시대의 마지막 전염병이 아닌 전염병 시대의 첫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데 있다. 앞으로 더 심한 전염병이 돌게 될 것이고 인류는 이러한 전염병 위기에 의한 인류의 전멸을 걱정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하게 된다.
인류 존립의 새로운 위기 VIRUS X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들은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위협이 되는 것일까?
이들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이러한 주장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스나 조류독감과 같이 바이러스들에 의한 전염병들은 과연 인류를 멸종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영국 쉐필드 의과대학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프랭크 라이언 박사는 이미 9년 전에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에 대해서 인식 하고 있었고 그 한계 상황에 대해 고민 하고 있었다. 1997년에 편찬한 그의 저서 Virus X 에서 인류의 종을 전멸 시킬 수 있는 멸종 유전자가 있다면 그것은 바이러스 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미지의 바이러스를 멸종 (eXtinction)이라는 단어의 일부인 X 자를 따서 바이러스 X라 명명하였고 가장 강력한 후보군으로 조류 독감을 들었다. 불행히도 그의 예측은 책이 나온 지 채 10년이 지나지도 않아서 우리들의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다.
프랭크 라이언 박사는 이러한 바이러스 X의 필연적 발생을 인구 조절을 위한 자연의 필연적 조율 현상으로까지 설명 하고 있다. 그의 말 대로 보면 전 세계적인 전염병의 발생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현실이자 필연적 숙명으로도 보여 진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자연의 조율 작용에 의해 다 죽을 수밖에 없는 비극속의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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