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옛글 모음

[스크랩] 설(說) 중영설(仲英說) -이색(李穡)-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8. 3. 19. 13:23

중영설(仲英說
 

나옹(懶翁)의 제자에 각웅(覺雄)이란 이가 있는데, 호는 중영(仲英)이다.

일찍이 서기(書記)가 되었는데, 옹이 매우 사랑하였다. 옹이 입적(入寂)한 뒤에 중영의 무리가 6ㆍ7년 동안 부도(浮圖) 옆에 있으며 배회하고 떠나가지 못하였다.

 

하루는 상당(上黨) 한맹운(韓孟雲)이 쓴 중영(仲英) 두 글자를 가지고 와서 말하기를, “우리 스승이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는데, 우리 마음이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니 우리 죄이다. 우리 스승은 지공(指空)을 스승으로 하고 또 평산(平山)을 스승으로 하여 달려 다닌 것이 수천리요 또 수천리여서, 발이 부르튼 것도 근심하지 않고, 마침내 마음이 편안한 뒤에 한가하게 돌아왔으니, 삼산(三山)ㆍ이수(二水)의 기록에 바쳤고, 이로움을 베푼 것이 동쪽 땅에 두루하였다. 우리 스승은 두 번 이 세상에 온 사람이지만 달려다니기를 오히려 이렇게 하였거늘, 하물며 우리들이겠는가. 산에 놀고 내를 건너고 스승을 찾고 도()를 묻는 것이 시기를 잃을 수가 없으니 선생은 가르침이 있기를 바란다.”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상인의 학문은 나의 아는 바가 아니요, 내가 배운 것은 또 상인이 외도(外道)로 여기는 것이니 내가 장차 어떻게 책임을 맡겠는가.” 하였다.

 

내가 보건대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가 각각 한 태극(太極)이다. 동물 중에 양()을 얻은 것이 웅()이 되고, 식물 중에서 양을 얻은 것이 영()이 된다. 대개 수컷이 된 연후에야 암컷이 받을 수 있고, 꽃봉우리가 된 연후에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대화(大和)를 보합(保合)하여 정고(貞固)한 데로 돌아가서 낳고 낳는 이치가 다함이 없으니, 이것은 나의 학설이다. 대사가 스승으로 삼는 대웅(大雄)이라는 이는 이른바 세존(世尊)인데 삼계(三界)의 스승이 되고, 대사가 구하는 심화(心花)라는 것은 이른바 과덕(果德)이니, 십방찰(十方刹)에 비치어 부처의 마음 마음이 곳에 따라 발현한 것이다. 대사가 그대로 달려다녀야 하겠는가. 대사가 돌아가서 이름과 호를 얼마 안되는 동안이나마 돌이켜 생각하여 얻음이 있으면, 우담발화(優曇鉢花) 가 세상에 출현할 것이나, 버릴 만한 가지와 덩굴이 뭐 있겠는가. 중영은 마땅히 가섭(伽葉)이 빙그레 웃은 것이 실상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알 것이니, 꽃 없이 공연히 가지만 꺾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 것이 가할 것이다. 힘쓸지어다. 힘쓸지어다.


[주D-001]우담발화(
優曇鉢花) : 불경에서는 3천 년에 한 번 꽃이 핀다는 아주 장엄ㆍ화려한 꽃이어서, 이 꽃이 피면 부처가 탄생한다고 하였다.
[주D-002]가섭(
伽葉) : 석가여래의 제자로, 석가여래가 꽃을 따서 비비면서 빙그레 웃는 것을 보고, 자기도 따라서 웃고 후에 선()의 교리(敎理)를 밝혔다고 한다.

 

지현설(之顯說
 

문생(門生)인 좌부대언(左副代言) 강은(姜隱)의 자()는 지현(之顯)인데, 나에게 자설(字說)을 지어 주기를 청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은()이라는 것은 볼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그 이치는 은미하나 사물에 나타나는 것은 그 자취가 찬연하니, ()과 현()이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와 용()은 한 근원인 것이 분명하다. ()에 대한 설명을 다해 보겠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은데 만물이 제각기 다르게 흩어져 있어, 일월(日月)과 성신(星辰)이 펼쳐져 나열되어 있고 산악이 솟아 있고 물줄기가 흘러가니, 이는 ‘드러난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까닭을 아는 자가 적다.

 

 또 임금을 높이고 신하는 낮추어 백 가지 제도가 닦아 갖추어 지고, 시서(詩書)ㆍ예악(禮樂)이 성하게 일어나며, 전장(典章)과 문물(文物)이 빛나게 꾸며져 있으니, 이 또한 ‘드러난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유래(由來)된 것을 아는 자 또한 적다. 사람의 마음에서 찾아 보면 거울처럼 비어 있고 저울처럼 공평하여, 사물이 앞에 오면 조금도 사()가 없으며, 구름이 떠가듯 물이 흐르듯 하여 사물이 지나가면 조금도 막히는 것이 없다.

 

 체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고, 용은 감촉하면 마침내 통하여 광명하고, 찬란하며 순수하고 독실하다. ()이라고 하자니 용()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두 나타나 있고, ()이라고 하자니 체()는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광대하고도 은미하다.” 하였으니, 귀신(鬼神)의 덕과 연비어약(鳶飛魚躍)의 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의 도()는 내 마음에서 보아서 천덕(天德)에 통달할 뿐이다. 사군자(士君子)는 그 처한 지위대로 행하여 가는 곳마다 자득(自得)하지 않음이 없으며, 가슴 속이 쇄락(?)한 것이 광풍(光風)ㆍ제월(霽月)과 같아서, 음사(陰邪)가 그 정상(情狀)을 숨기지 못하고 귀()와 역()이 그 형상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지현(之顯)은 소년으로 과거에 뽑혀 대()와 성()을 고루 거쳤으니, 그 행적을 상고해 보면 군자답다.

 

강하고 굳센 기운은 간사(姦邪)에 부닥치면 곧 꺾이게 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바탕은 효도와 우애를 도탑게 하여, 서로 감화되게 하여, 평생에 행한 것이 남에게 말하지 못할 것이 없으니, ()의 도가 행하여진 것이다. 공자는 말하기를, “나더러 숨긴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너희에게 숨김이 없다.” 하였으니, 공자는 밝기가 일월과 같았다. 지현이여, 우러러 사모하고 가슴에 간직할지어다.

 

 

호연 설 증 정보주 별 (浩然說贈鄭甫州別)
 

호연(浩然)한 기운은 곧 천지의 시초이니, 천지가 그것으로 제 위치에 놓인다.

그것이 만물의 근원이니 만물이 그것으로 발육된다.

오직 이 기운을 함축하여 체()가 있다.

그러므로 이 기운이 발하여 용()이 되는 것이다.

이 기운은 가장자리도 없고 틈도 없으며, 후박(厚薄)ㆍ청탁(淸濁)ㆍ이적(夷狄)ㆍ중화(中華)의 구별이 없으니, 호연이라 이름하는 것이 또한 옳지 않은가.

 

 ()의 인과 순()의 지혜와 공자의 온량공검양(溫良恭儉讓)은 모두 스스로 강()하여 쉬지 않고, 순일(純一)함이 그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발현된 것이다.

 

오직 강하기 때문에 능히 천하의 사물에 흔들리지 않으며, 천하의 사물이 저지(沮止)할 수 없기 때문에 쉬지 않으며, 오직 순일하기 때문에 능히 천하의 사물에 섞이지 않으며, 천하의 사물이 간단(間斷)하게 할 수 없으므로 그치지 않는 것이다. 덕이 이것으로 말미암아 높아지고 공이 이것으로 말미암아 드러나서, 당세에 나타나고 후세에 무궁토록 전하는 것이니, 이른바 호연이라는 것이 그 속에 가득찬 것이 아니면 어떻게 이에 이를 수 있겠는가.

 

 옛날의 성인은 마음으로 이것을 보존하고 몸으로 살펴, 행하는 일에 드러나서 말로 운운(云云)할 필요가 없었다.

 

 맹가(孟軻)씨는 이 도()가 날마다 쇠퇴해지는 것을 근심하여 그 실마리를 끄집어내어 천하의 선비를 분발시켜, 그 둔한 것을 채찍질하여 날카로운 데로 나아가게 하였으니, 이에

양기(養氣) , 기운을 기른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맹가씨가 어찌 과장하여 말한 것이겠는가마는, 여기에 종사하는 자가 적으니 또한 괴이한 일이다.

보주 자사(甫州刺史) 정군(鄭君)이 나에게 말하기를, “전에 내가 이름을 우()라고 지었을 때에, 그대가 내 자를 온숙(溫叔)이라 지어 주었는데, 내가 지금 우()로 고쳤으니, 원컨대 그대는 끝까지 은혜를 베풀어 자를 지어 달라.”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크다, 이름이여. 천지 사방을 우()라고 하는데, 천지 사방 가운데 서서 좌편으로도 보고 우편으로도 돌아보니 그것이 크지 않은가. 지극히 작은 몸으로 호연(浩然)한 기운을 길러 천지의 사이에 가득차게 하는 그것이 어렵지 않은가. 그러나 천지와 만물은 일체이므로 사람의 한 몸에 천지와 만물이 갖추어졌으니, 그 몸을 닦는 데는 먼저 그 뜻을 가져야 하고 뜻을 가진 다음에야 기운을 기를 수 있다.

 

점차로 쉬지 않고 그치지 않는 지경에 이르면, 이른바 조그마한 몸이 위와 아래로 천지와 더불어 함께하게 되어, 초목ㆍ금수와 같이 잠깐 동안이라도 함께 썩지 않고 빛을 천백 년 후까지 끼칠 것이다.

 

초목ㆍ금수와 더불어 잠깐 동안이라도 썩지 않아서 빛을 천백 년 후까지 끼치는 것은 곧 호연한 기운이 천지 사이에 가득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맹가씨는 크고 강하고 곧은 것으로 말하였는데, 지금 그대는 강()하고 순일한 것으로 호연(浩然)을 풀이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그 뜻을 주석(注釋)하고 그 말은 주석하지 않는 것은, 내가 배운 것이 이러하다.” 하였다. 정군의 성품은 닦이고 깨끗하며 강개(慷慨)하여, 당세의 사업에 뜻은 있으나 그 기운을 기르는 데에는 미치지 못함이 있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호연(浩然)으로 자를 짓는 것이니, 바라건대, 그 이름대로 실천함이 있을지어다. 보주로 부임함에 있어 글을 지어 주기를 요청하기에, 드디어 써서 가는 데에 전송하는 시()의 머리에 둔다.

 

 

백중 설 증 이장원 별(伯中說贈李狀元別)
 

금번 경신과(庚申科) 장원(狀元) 백중(伯中) 이문화(李文和)가 장차 시골로 근친(覲親)하려 하여, 나의 말을 청하면서 말하기를, “백중이라는 자()의 설()을 선배에게 받지 못하였으니, 한 말씀을 받아 가지고 가고자 원합니다

.

 집에서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데는 장차 무엇을 근본으로 삼아야 합니까.”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그 물음은 과연 크다. ()일 뿐이다.” 하였다.

 

부모를 잘 섬기는 것은 효(), 임금에게 옮기면 충()이니, 이름은 비록 다르나 이치는 한 가지다. 이치가 하나인 것은 곧 이른바 중이다.

 

왜냐하면 대개 사람이 날 때에 건()ㆍ순()ㆍ오상(五常)의 덕을 갖추었으니 이른바 성()이다.

 

어찌 예부터 충과 효라는 것이 따로 있었겠는가.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아서 거울처럼 비었고 저울처럼 공평한 것은 성()의 체()이니 그 이름은 중이고, 그것이 감통(感通)하여 구름이 떠가듯 물 흐르듯 하는 것은 성()의 용()이니, 그 이름은 화()이다.

중의 체가 서면 천지가 위치에 놓이고, 화의 용이 행하면 만물이 발육하며, 성인이 천지의 화육(化育)에 참여하여 돕는 미묘한 작용으로, 덕성이 높아지고 인륜이 펴져서 천질(天秩)이 찬연히 밝아지는 것이니, 충ㆍ효ㆍ중ㆍ화가 어찌 이치가 다르겠는가.

 

()이 천하로써 부모를 봉양하였으니 그 효도가 크다.

이것은 순의 중()이요, 고수(??)가 사람을 죽인다면 업고 달아날 것이니 이것은 순의 중이다.

주공(周公)이 나이 어린 성왕(成王)을 업고 주나라 왕실을 안정시켰으니 그 충성이 지극하다.

이것은 주공의 중이요,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이 유언비어를 퍼뜨리자 3년 동안 동방에 피해 있었으니 이것은 주공의 중이다.

화하기만 하고 중이 못 되면 유하혜(柳下惠)가 될 뿐이요, 중만 잡고 권도를 쓰지 못하면 자막(子莫)이 될 뿐이다.

이것은 임금을 섬기는 것과 어버이를 섬기는 것, 몸을 행하는 것과 사물에 응하는 것이 중과 화일 뿐이니, 중과 화의 극치에 이르고자 하면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왜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인가, 천리(天理)를 보존하자는 것이요.

신독(愼獨)은 왜 하는 것인가, 인욕(人欲)을 막자는 것이다.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막는 것이 모두 지극한 데 이르면, 성인의 학문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순과 주공은 능히 그 지극한 데 이른 이이고, 유하혜와 자막은 한쪽에 치우친 자이다.

천년 뒤에까지 선비가 학문에 뜻을 둔다면 마땅히 바라고 사모할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금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외치기를, “순을 배우기를 원하는가, 주공을 배우기를 원하는가.” 한다면, 반드시 모두 말하기를, “감히 못하겠다.” 할 것이다.

 “유하혜를 배우기를 원하는가, 자막을 배우기를 원하는가.” 하면 반드시 모두 말하기를, “배우고 싶지 않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행실을 살펴보면 감히 못한다는 말에 대해서 시행하는 것은 옳지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 이를 많이 볼 수가 없으니, 이것은 내가 밤낮으로 스스로 책망하고 부끄러워하는 바이다.

백중이 장원에 뽑힌 것은 나와 같으나 가르침을 구하고 유익함을 구하여, 탁월하게 큰 중()의 지경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은 나보다 훨씬 뛰어나니, 훗날의 성취를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

마침 더 위에 매우 곤하여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대강 품고 있던 바를 말한다. 바라건대 백중은 가서 중용을 읽어보라. 감히 이것을 백중에게 주는 것으로 삼노라.


[
D-001]천질(天秩) : 하늘이 규정한 품질(品秩)과 등급(等級)을 말하는데, 예법(禮法)과 제도(制度) 등을 이른다.
[
D-002]()이 …… 것이니 : ()은 아들로서 임금이지만 그 아버지 고수는 평민이니, “만일 잘못되어서 고수가 사람을 죽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고 물은 데 대하여, “임금의 자리를 버리고 그 아버지를 업고라도 도망할 것이다.”고 대답한 고사이다
.
[D-003]피해 있었으니 : 주 무왕(周武王)이 죽고 그의 아들 성왕(成王) 7세로 왕이 되었는데, 무왕의 아우인 주공(周公)이 섭정하여, 성왕을 등에 업고 신하들의 조회를 받았다. 그의 형되는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주공이 왕이 되려고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자, 주공은 그의 형들을 정벌하러 동쪽지방으로 가서 평정하였으나, 한편 성왕이 자기를 의심하므로 돌아오지 못하고 3년간을 그대로 그 지방에 머물러 있었다.

 

출처 : ▒ 한 산 草 堂 ▒  |  글쓴이 : 천하한량 원글보기

출처 : 명상시간
글쓴이 : 청풍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