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언소〉는 토정(土亭) 이지함(李之함, 1517~1578)이 57세 때 처음 포천 현감이 되어 곤궁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제하는 방책을 진달한 상소입니다.
해동청은 고려에서 바다를 건너왔다 하여 중국에서 붙인 우리나라 매 이름입니다. 이덕무(李德懋)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매 중에 가장 뛰어나고 털빛이 흰 것을 송골(松骨)이라 하고 털빛이 푸른 것을 해동청(海東靑)이라 한다.” 하였습니다.
한혈구는 천리마의 일종입니다. 《한서(漢書)》 〈무제기(武帝紀)〉에, “한 무제때 장군 이광리(李廣利)가 대원(大宛)을 정벌하고 한혈마(汗血馬)를 노획해 돌아와서 서극천마가(西極天馬歌)를 지었다.” 하고 그 주(註)에, ‘땀이 어깻죽지에 피처럼 나므로 한혈이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천하가 알아주는 좋은 매에게 닭이 하는 일을 맡기거나, 천하가 알아주는 좋은 말에게 고양이가 하는 일을 시킨다면 일이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이어 토정은 되묻습니다.
“하물며 닭이 사냥을 할 수 있겠으며, 고양이가 수레를 끌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況鷄可獵乎 猫可駕乎]”
매, 닭, 말, 고양이는 모두 나름대로 기재(奇才)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맡는다면 도리어 천하의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결국 백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토정은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일개 작은 고을의 현감에 불과하지만 명색이 자목관(字牧官)으로서 이렇게 임금께 간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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