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유월
이화엽
1.
안전거리에 대한 직감을 가진, 어깨가 직각인 유월은
자동차를 닮았다 그리고 자동차바퀴는
사람의 귓바퀴를 닮았다 곧잘 땀내나는 세포를
공중의 지붕이거나 지난 낮부터
번들대던 바람의 갯수에 처박고 뱅뱅 돌아간다
아이러니다 분명 짙푸른 초록이 아니라
무더기로 진딧물이 잘근잘근 베어난
색 짙은 노란색의 상형문자다 유월은 그렇게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스르르 목덜미에 들러붙는
습관의 변명일까
2.
시청앞 분수대옆 유월은 아니다
유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퍼득댄다
바람이 잠깐씩 일어 포도색 글씨체 보훈의 달은
모서리마다 쿨룩쿨룩 기침을 한다 그러고보니
현수막 바탕색이 새벽 천식을 앓던 아버지의 가래빛이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호국정신에 관여하지 않는, 다만
목덜미가 더운 사람들이 하나 둘 척추를 늘어뜨리고
이 유월을 분해한다 장미를 꺾고 샌들을 사고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조차 눈여겨 보지않는
도시의 햇빛을 유월은 빠르게 착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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