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시·수필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0. 7. 2. 11:33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

 

 그날 아침 집안이 시끄러웠던 것은 청바지 때문이었습니다.

윤희는 요즘 유행하는 브랜드 청바지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동네 시장에서 파는 청바지보다 몇 배나 비싼 바지였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윤희는 한참 멋부리는 데 관심을 많 이 가질 나이였습니다.

사실은 그 청바지 자체보다는 브랜드가 더 좋았던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자랑하면서 그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게 부럽기도 했지만 자존심도 상했습니다.

 

 윤희네 반에서는 요즘 청바지에 붙은 상표를 보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이미 같은 반 친구들 중 절반 정도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의 청바지를 입고 다녔습니다.

 

 윤희네 집안 형편은 어려웠습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하셔서

변변한 일자리 하나 얻기 힘드셨습니다. 그래서 시골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온 다음에는

동네에 단칸방을 하나 얻어 겨우 입에 풀칠하는 정도로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지 못하면서도 윤희에게만큼은 원하는 것을 다 해주려고

늘 애쓰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윤희는 구김살 없이 지낼 수 있었지만 고등학생을 감당하기에

부모님의 부담은 너무 컸습니다.

 

윤희는 절대 1등을 놓치지 않는 등생이었고, 학급 반장까지 맡고 있었습니다.

얼굴도 예뻤고 정말 가난하다는 것 빼고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소녀였습니다.

 

아버지는 고물상에서 일을 하셨습니다. 결혼을 늦게 해서

벌서 환갑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고물상에 실려온 폐지 등을

분류해 트럭에 싣는 게 아버지의 일이었습니다.

 

윤희는 누구에게도 아버지가 고물상에서 일하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들도 윤희네 집 사정을 몰랐습니다. 꿈 많은 소녀 윤희에게

가난은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었습니다.

 

 청바지 문제가 처음 윤희의 자존심을 건드린 건 며칠 전이었습니다.

윤희는 점심시간에 가장 친한 친구 신애와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윤희야, 넌 왜 청바지 안 사니? 동네 버스 정류장에 매장도 생겼더라."

 

 "응, 난 별로 예뻐보이지 않던데, 엄마가 더 비싼 청바지 사 준다고 하셨어."

 

 "야, 좋겠다. 나는 청바지 사는 데도 일주일을 졸랐는데······.

그것도 앞으로 6개월은 아무 옷도 사지 않기로 엄마랑 약속까지 했는 걸."

 

 드디어 오늘 아침 밥을 먹다가 윤희는 청바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엄마, 내가 전에 말했던 청바지 사줘."

 

 "너 정신이 있니. 어떻게 한 학기 등록금보다 더 비싼 청바지를 사달라고 하니."

 

 "우리반 애들 다 입고 다녀. 그 청바지 안 입으면 애들이 무시한단 말야."

 

 "뱁새가 황새를 어떻게 따라 가겠니."

 

 "무조건 사줘. 우리 집 가난한 거 티내고 싶지 않아. 난 왜 이렇게 가난한 집에 태어난 거야."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잠자코 아침을 드시던 아버지가 입을 여셨습니다.

 

 "그만해, 여보."

 

 아버지는 옷을 차려 입으시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셨습니다.

 

 "청바지 사 입어라."

 

 아버지는 꼬깃꼬깃 접힌 만 원짜리 지폐 여러 장을 윤희에게 내미셨습니다.

 

 "여보, 그건 당신 자전거 바꾼다고 1년 동안 모은 거잖아요."

 

 "됐어. 자전거야 뭐 나중에······."

 

 아버지는 나가셨고, 윤희도 얼른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신애을 만났습니다.

 

 "신애야, 오늘 수업 끝나고 청바지 사러 가자. 내가 떡뽁이도 사줄께."

 

 "그래 좋아."

 

 버스가 오자 둘은 버스에 탔습니다.

버스가 한 정류장 지났을 때 저쪽 편에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몇 년째 쓰고 계신 낡은 모자에 빛바랜 점퍼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온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지신 듯 힘겹게 낡은 자전거 페달을 밟고 계셨습니다.

안간힘을 쓰며 오르막길을 오르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습니다.

버스가 아버지를 앞질러 갈 무렵 낡은 자전거에서 나는 삐걱대는 소리가

버스 안에까지 들렸습니다. 이제는 자전거 수리점에서도 더 이상 못 고치겠다고

두 손을 든 바로 그 자전거였습니다.

 

 자전거 바꿀 돈을 딸의 청바지 값으로 내민 아버지는

또 얼마나 오래 저 자전거를 타야 할지 모릅니다.

 

 윤희는 그날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아버지 모습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자기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신애가 윤희의 옆자리로 왔습니다.

 

 "윤희야, 가자. 청바지 사러."

 

 "아니, 안 갈래."

 

 "왜?"

 

 "내일 모레 아버지 생신이야. 청바지 살 돈으로 아버지 선물살래."

 

 윤희의 머릿속에는 기어가 달린 새 자전거를  보고 깜짝

라시는 아버지의 얼굴이 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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