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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등만필〉은 ‘쓸쓸한 등불 아래서 느끼는 대로 쓴 글’이라는 뜻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도가 기강을 바로 세우고 풍속을 바로잡고 인재를 등용하는 데 있음을 적은 글입니다.
이 구절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사람을 등용하는 데는 덕(德)과 재능을 볼 뿐이다. 옛날에는 덕과 재주를 모두 지닌 자를 쓰는 것은 상등(上等)의 등용으로 보았고, 덕은 있으나 재주가 없는 자를 쓰는 것은 그 다음 가는 등용으로 보았고, 덕은 없으면서 재주만 있는 자를 쓰는 것은 제일 하등(下等)의 등용으로 보았고, 재주를 가지고 덕을 망친 자는 결단코 등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후세에 와서는 덕과 재주를 모두 지닌 자는 더러 이름이 거론되기는 해도 실제로 등용되지는 않고, 덕은 있으나 재주가 없는 자는 전혀 등용되지 않고, 덕은 없고 재주만 있는 자는 반드시 등용되고, 재주를 가지고 덕을 망친 자는 반드시 크게 등용된다. 이것이 치세(治世)와 난세(亂世)가 나뉘는 까닭이니, 사람을 등용하는 데 잘못이 없어야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 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고위층은 고위층을 낳고’ 식의 인사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재주가 있으면 도덕적인 흠은 눈 감아 주어야 한다는 말까지도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 같은 시대를 두고 치세(治世)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예쁜 사람 떡 하나 더 주는 식의 인사(人事)가 아닌, 그 자리에 걸맞은 덕과 재능을 지닌 사람을 쓰는 상등(上等)의 등용이야말로 “공정(公正)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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