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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보는 방법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0. 11. 4. 12:36

고전명구 - 백 서른 여덟 번째 이야기

물을 보는 방법

2010. 11. 4. (목)

물을 보는 데에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근원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觀水有術。必本其源。
관수유술。필본기원。

- 이첨(李詹 1345~1405)
 〈원수(原水)〉,《쌍매당협장집(雙梅堂篋藏集)》, 한국문집총간 6집 수록

[해설]

  여말 선초의 문신인 쌍매당(雙梅堂) 이첨 선생이 하동(河東)에 유배되었을 때에 집 곁에 작은 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마을 사람들은 수풀 속 더러운 흙에서 나오는 샘이라 하여 마시지 않았습니다. 선생이 그 샘을 자세히 살펴보니, 인근에 있는 냉정(冷井)이라는 좋은 샘과 근원이 같았으며,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선생이 주변을 정리하고 벽돌을 쌓아 우물을 만들자, 비로소 마을 사람들이 서로 와서 치하하며 샘물을 길어다 썼다고 합니다.

  선생은 이 일을 두고 말하기를, “인재가 세상에 쓰이거나 버려지는 것도 이와 비슷한 점이 있다. 오늘날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외모와 언변(言辯)으로만 사람을 취하고, 그 마음의 곡직(曲直)은 근본으로 삼지 않으니, 또한 물이 흐르는 것만 알고 그 근원은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물을 보는 데에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근원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에 살았던 공자(孔子)도 “축관(祝官)인 타(鮀)와 같은 뛰어난 언변이 있지 않거나 송(宋)나라의 공자(公子) 조(朝)와 같은 잘 생긴 외모가 아니라면 요즘 세상에서는 화를 면하기 어렵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외모와 언변이 중요시되었던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역사상 지금처럼 외면에 드러난 것만을 유독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의 근원인 마음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글쓴이
양기정(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