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최재효님의 아름다운 詩와 함께 행복한 주말되세요.
몽리인夢裏人
- 서오릉 대빈묘에서 -
- 여강 최재효
행여 이것이 꿈은 아니겠지요
춘풍에 분홍 꽃비 소리없이 내리고
무서리에 가을꽃 녹아 내려
북풍한설 휘몰아 쳐도
헤일 수 없는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임계신 서쪽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았답니다
월색月色이 촉촉히 내려 앉고
귀촉도 피 토하는 밤이면
푸른 머리 한 올 한 올 뽑아
임에게 드릴 꽃방석을 만들었나이다
이승 저승이 무슨 의미 있겠는지요
수 없이 주고받은 고운 시선 속에서
전생轉生의 영욕榮辱도
생사의 경계도 볼 수 없었나이다
천년 해 뜨고 지고
만년 달 허망하게 왔다 가더라도
이렇게 망부석으로 자리하고 있으면
춘정 가득한 어느 날 연지분 곱게 바르고
황촛대 아래서 함께 할 날 오겠지요
- 창작일 : 2010.10.17. 17:00
[주] 1. 대빈묘大賓墓 – 조선 제19대 임금 숙종의 후궁인
희빈(禧嬪) 장씨의 무덤으로 1970년 본래 경기도
광주(廣州)에서 서오릉으로 이장(移葬)하였다.
2. 夢-꿈 몽, 裏-속 리, 人-사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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