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담배는 백 가지 해로운 점만 있고 한 가지의 이로운 점도 없으며, 많은 돈을 낭비하게 하면서도 한 가지도 쓸모가 없다. 그런데도 온 세상의 남녀노소와 귀천 현우를 막론하고, 모두 아주 좋아하면서 즐기고 있다. 그 맛이 아주 쓴데도 쓰지 않다고 여기며, 그 냄새가 아주 독한데도 독하지 않다고 여긴다. 술에 빠져서 정신을 잃거나, 미녀를 보고서 정신이 나가는 것도, 이것에 비하기에는 부족하다. 즐거운 잔치 자리나 혼자서 시를 읊을 때나, 어디서고 마땅치 않은 곳이 없다. 참으로 하늘이 내려준 하나의 요초(妖草)인 것이다. 담배의 쓰임새를 살펴보면, 적막함을 깨뜨리고 회포를 붙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만해지고 게을러지게 하며, 망자존대(妄自尊大)하게 하는 도구인 것이다. 담배를 피우다 보면,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을 능멸하고, 비천한 자가 높은 자에게 대들 생각을 하게 된다. 윤리가 없어지고 등급이 무너지는 것이 모두 여기에서 말미암는다. 담배의 은미하고 비밀스러운 용도에 대해서 말해보면, 남녀 간에 수작을 걸 적에는 ‘담배 한 대 태우시지요?’라고 하면서, 이것을 매개물로 삼아 수작을 건다. 강도가 남의 물건을 강탈할 적에는, 행인의 앞을 막아서면서 ‘담배 한 대 빌립시다.’라고 하여, 이것을 핑계로 말을 건다. 세상에는 혹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있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는 “사흘 동안 밥을 먹지 않고 지낼 수 있지만, 하루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고는 지낼 수 없다.”고 하기까지 한다. 이에 혹 콜록콜록 대면서 억지로 배우는 자도 있고, 나쁜 것인 줄 알면서도 따라 피우는 자들도 있어, 드디어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이제 온 나라 안에 영을 내려서, 현재 남아있는 담배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피워 없애게 한 다음, 다시는 감히 담배를 심거나 담배 피우는 도구를 만들지 못하도록 엄하게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경우 담배는 술과 같이 보이지 않는 굴속에 감춰두거나 은밀한 곳에 보관해 둘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모두 적발해 낼 수가 있다. 담배를 금지하면, 본래의 생업을 힘쓰고 말단적인 이익을 억누르게 될 것이며, 거만한 풍속이 변하여 순후한 풍습으로 될 것이다. 무익한 것으로 유익한 것을 해치지 않게 될 것이고, 허비하는 것으로 실용적인 것을 해치지 않게 될 것이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명을 내리지 않더라도, 천백 가지의 폐단이 하루아침에 다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夫南草, 有百害無一益, 有百費無一用. 而擧一世無男女老少貴賤賢愚, 靡不酷好而偏嗜. 其味苦而不以爲苦, 其臭毒而不以爲毒. 醇醪之沉湎, 美豔之迷惑, 不足以比. 宴樂之華筵, 愁寂之孤吟, 無所不宜. 信天降之一妖草也. 究其所以爲用, 則不過爲破寂寓懷之資, 而其實則乃是驕倨惰慢, 妄自尊大之具也. 少欲陵長, 卑思抗尊. 滅倫序夷等級, 罔不由斯. 而語其陰秘之事, 則男女之挑淫, 以此作媒, 盜賊之禦人, 以此接話. 故世或有不飮酒者, 而未或有不吸草者. 至曰寧可三日不食, 何可一日無此君. 或有彊而學之者, 或有尤而效之者, 遂成大同之俗尙. 今若令於國中曰見在之草, 須盡意吸之, 更無敢種草造吸具, 嚴立科條, 則此非如麴釀之隱屛於窟室, 埋藏於陰密, 有難於發姦而擿伏也. 務本業而抑末利, 變傲俗而回醇風, 不作無益害有益, 不爲虛費害實用. 不待三令五申, 而凡其百千萬弊, 一朝而煙消灰滅矣. 詎不休美乎哉. - 윤기(尹愭, 1741~1826), 「술을 금하다.[酒禁]」, 『무명자집(無名子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