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계의 모든 것
영계란 어떤 세계인가
내가 최초로 영계에 들어간 이튿날 아침이었다, 어디서인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해서 잠을 깼다 “그대 새로운 영이여, 새로운 영이여....... .” 그 목소리는 어제 영계에 들어서서 처음 들었던 목소리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 왔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공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어제와 같았다. “새로운 영이여! 눈을 떴는가?” 별안간 귓전을 울리는 큰 소리가 떨어지자 난데없이 그 영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그러한 갑작스런 출현이 비위에 거슬려 쏘아붙였다.
“당신은 내가 신참자(新參者)라고 너무 놀리지 마시오. 당신은 어찌하여 처음엔 먼 목소리로 멀리 있는 것처럼 속이고, 다음에는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곤 하니, 장난이 심하지 않소?” 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토록 화를 낼 것은 없소. 나는 사실 먼 곳에 있었기 때문이오. 비록 지금 당신의 눈앞에 서 있긴 하나, 방금 아득히 먼 곳에서 당신에게 말을 건 것은 사실이오. 나는 방금 수천억 킬로나 되는 먼 거리에서 급히 달려 온 것이오.”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한 내 눈에서, 속이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 따위는 늘여놓지 말라고 비난하는 낌새를 보았는지, 이렇게 말하며 내 기분을 풀어 주려고 했다. “멀지 않아서 이 이상한 일을 알게 될 것이오. 지금은 당신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겠소. 그럼 이제부터 당신을 영계의 여러 곳으로 안내하리다.”
어느새 그와 나는 영계의 큰 산봉우리 위에 서 있었다. 그가 이 곳으로 데려다 준 것이다. 나는 처음 보는 영계의 장관에 숨을 죽이고 서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면 눈 아래 펼쳐진 광경을 소개하기로 한다.
그것은 참으로 웅장한 경치였다. 내가 서 있는 왼쪽 저 멀리,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빙산은 줄지어 시계(視界)를 가로막고 버티고 있었으며, 그 산봉우리의 높이라든가 한없이 뻗어나간 산맥의 광경에서는 내가 일찌기 상상조차 못했던 거대하고도 장엄한 것이었다. 이 줄지은 산봉우리가 왼쪽으로 볼 수 있는 시계에서 가장 먼 경치었는데, 그 곳까지 거리는 내가 인간계에서 쳐다보던 반짝이는 별 보다도 훨씬 먼 거리라고 짐작 되었다.
이 연봉은 왼쪽에서 시작해서 시계의 중앙으로 뻗어 내가 바라보는 정면에서 끊어졌다. 그리고 그 산맥이 끝난 자리에서 훨씬 더 멀리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바다와 같은 것이 퍼져 있었으며, 어디까지 널려있는지 더 멀리는 시력의 한계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바다 오른쪽으로는 사막인양 광막한 대지가 펼쳐지고, 그 사막의 한가운데에는 바위산이 혹은 높게 혹은 낮게 옹기종기 천태만상으로 솟아 있었다.
사막이 나의 시야 정면에서 오른쪽까지의 중간에서 끝나자 다시 그 곳에서부터는 하늘을 찌를 듯한 험한 산이 솟아 있었다. 하지만 이 산들의 높이는 아까 말한 얼음산처럼 높았으나, 한결 부드러운 윤곽이 보이고 있었다. 그 산에는 인간계의 산처럼 나무나 풀이 자라고 있음인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이상이 나의 시야에 들어온 경치였으나 나와 이들 경치 사이에는 혹은 멀리 혹은 가까이 별별 모양의 사물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그곳이 영들이 사는 세계였다.
그곳에는 강도 언덕도 조그마한 산도 그리고 초원이나 계곡도 있었다. 숲이 우거진 지역도 있고 붉은 흙이 보이는 곳도 있었으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있었다. 더구나 거리처럼 보이는 곳도 또 마을처럼 보이는 곳도 있어 거기에는 영들의 주택이 즐비하게 혹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도 했다. 말할 나위도 없이 영들의 모습도 얼마든지 볼 수가 있었다.
수많은 영들의 모습을 보게 되자 별안간 내 마음에는 그때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의문이 생겼다. “영들이 형체를 지니고 있다니 과연 사실인가, 내가 환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불현듯 솟구치는 이러한 의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것은 참으로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어엿한 영이 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어제부터 나를 이곳에 안내해준 영도 내 눈으로 역력히 보아 온 터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에게 물어 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묻기도 전에 네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품고 있는 의심은 당연한 것이요, 그러나 당신이 보아온 사실은 모두가 진실 뿐 당신의 환상의 소치는 아니오. 우리들 영은 모두가 인간과 동일한 형체를 갖추고 있으며, 이는 조금도 이상한 현상이 아니오. 새로운 영인 당신이 이런 의문을 갖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간 세계에 있었을 때 잘못된 생각을 해 왔기 때문이오,”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영은 인간과 같은 형체를 지니고 있다. 다만 영계는 인간계에서처럼 물질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영이 지닌 형체는 인간의 그것처럼 물질적인 육체의 형상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영을 마치 공기나 에테르 또는 정기(精氣)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엉뚱한 생각이다. 이 일에 대해서라면, 당신 역시 알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또한 영은 인간의 육체가 가진 기능인 눈, 귀, 코와 같은 감각도 다 갖추었고, 입이나 혀를 통해 말을 할 수 있는 점도 같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그는 다시 말을 이어 내가 정령계의 항목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세상 사람들을 잘못 깨우치고 있는 인간 세계의 학자나, 교회 관계자의 영에 대한 인식 부족을 나무랐다. 그리고 이렇게도 말했다. “지금 내가 말한 것 외에도 영에게는 영적 감각과 능력이라는 것이 갖추어져 있으며, 이는 인간에게는 없는 것이오. 그렇지만 이 마당에서 더는 얘기하지 않겠소. 당신이 영계에 익숙해짐에 따라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니까.”
그는 이렇게 말을 맺자 미소를 지으며 이왕이면 마저 얘기해 주겠다는 듯이, 앞서 그가 무한히 먼 곳으로부터 느닷없이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던 일도 실상은 영능력(靈能力)의 하나이며, 영계에서는 일상다반사라고 변명했다.
나는 그의 얘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도 줄곧 눈 아래에서 펼쳐지는 경치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차츰 알게 된 것은 마치 인간계의 도시나 거리 그리고 촌락처럼 영들이 이리저리 하나의 집단을 지어서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시가지나 마을 안에 있는 영들의 모습이 어딘가 인간 세계의 그것과 공통된 특징을 지닌 듯이 보였고, 또한 같은 시가지나 마을에 사는 영끼리 주고받는 대화의 친밀성에 비해 도시나 마을 경계에서 목격된 각기 다른 거리나 마을의 영들 사이가 그다지 친밀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만 하더라도, 도시와 촌락 사이에는 눈에 보이게 큰 차이가 드러남을 보았기 까닭이다.
나는 그를 따라 대 여섯 군데 도시와 마을(이것이 영계의 단체라는 것을 후에 알았다.)을 구경했다. 거리는 이 세상의 거리와 비슷했으나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하나의 도시면 도시. 마을이면 마을이 제각기 전체의 주택과 동일하다는 것, 즉 마을 전체가 석조면 석조, 목조면 목조, 토벽이면 토벽이라는 식으로 같은 재료를 썼고 게다가 같은 구조로 지어져 있는 점이다.
같은 거리나 마을에 사는 영의 얼굴 모습이나 성격에는 설사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도 전원이 어딘가 모르게 공통된 성질을 갖고 있으며, 인간세계의 어버이와 아들 그리고 형제 자매 보다도 친밀성이 그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특히 눈에 띤 것은 어느 거리나 마을이고 간에 원형으로 널려 있어 그 중심부에는 그곳에 가장 권위도 있고 덕이 높은 듯한 영이 살고 있으며, 중심부에서 원의 바깥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질이 떨어지는 듯이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면 거리나 마을을 거닐고 있을 때 일어난 사소한 사건을 두 가지 정도 소개하기로 한다.
어느 거리를 찾아갔을 때였다. 나는 그 거리에 들어서기 전부터 웬일인지 이상야릇하게도 내 고향을 찾는 기분이었다. 거리에 들어서자 영들이 집안에서 혹은 거리 모퉁이에서 쏟아져 나와 나를 둘러싸는데, 영들의 용모나 모습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어느 얼굴을 뜯어보아도 내가 이미 몇 천 년 전부터 이미 알고 잇는 친숙한 얼굴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나를 보고 아주 그리웠던 사람을 만난 듯이 반겨주었다. 어느 얼굴에도 환영의 기쁨이 넘쳐 있었다. 나는 마냥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이 그리워 몇 만 년 만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또 하나의 사건은 다른 마을에서의 일이다. 그는 나를 안내해서 마을 안을 걷고 있었는데, 안면이 있는 영을 만났는지 어느 영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어느 영의 뒤로 돌아가 그 어깨 너머로 마을의 상황을 구경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나를 쏘아 보았다. 다음 순간 나는 영문을 모른 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내 손을 잡아 일으키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영의 등 뒤에 서는 행위는 영계에서는 가장 무례한 짓이요. 앞으로는 주의하시오.”
영계의 거리와 마을을 두루 돌아보고 나서 우리는 다시 먼저 올랐던 산꼭대기로 되돌아왔다. 산 아래와 굽어보이는 거리와 마을을 가리키면서 그는 영계의 단체에 관한 설명을 대충 다음과 같이 늘어놓았다.
----- 영계에는 많은 단체가 있고 그들은 하나하나 거리와 마을 단위로 형성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영계에 있는 단체의 수는 아마도 수천 억 아니 훨씬 더 될지도 모른다. 영계에 이렇게 많은 단체가 있게 된 것은 영이 되어 육체의 속박을 벗어난 뒤의 인간이 그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참된 영적 성격을 되찾은 결과인 것이다. 이는 영원한 삶을 보내게 될 영계에서는 자기를 속여서는 안 되고 또 본래의 성격으로 돌아서지 않으면 삶을 이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본래의 성격이 서로 맞는 자라야 함께 모여서 단체를 이루고 생활해 나가는 것이므로, 성격의 다양함에 따라 무수한 단체가 생기게 마련이다. 한 구역의 거리나 마을이 꼭 같은 지음새의 집을 가졌고,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그 곳에 살고 있는 영의 성격이 서로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풀이한 그는 나의 의심을 풀어 주려는 듯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 영들이 원형을 이루고 사는 것은 영계의 질서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 중심에 살고 있는 영은 중심영이라고 이름 하여 혼자서 단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구실을 맡고 있으며, 권위와 힘도 지니고 있다. 또한 내가 어는 한 단체에서 환영을 받고 나 자신도 고향에 돌아 온 듯한 따스함을 느낀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 나는 바로 그 단체에 소속되어야 할 영으로서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의 등 뒤로 다가서는 것이 무례한 짓이라는 이상한 영계의 예절에 대해서는, 그러한 짓을 하면 앞의 영이 영계의 태양으로부터 받은 영류(靈流)의 흐름을 흩뜨리며, 그 영에게 고통을 주게 되는데, 그 까닭은 영류란 것이 각 영들의 얼굴로 흘러들어, 등 뒤로 흘러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그는 영류라는 말에서 생각되었는지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했다. “당신은 아직도 영계에서 알아둬야 할 일이 많소. 아까 말한 중심령의 힘이라든가 이제 말한 영류 얘기 따위는 모두가 영계의 태양을 모르고서는 올바른 이해를 할 도리가 없소. 언젠가 나는 영계의 태양에 관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오. 그러나 그 보다 앞서 당신에게 또 보여줄 것이 있소”
“저쪽에서 수평의 막(幕)과 같은 것이 보이지 않소?”
그는 먼 하늘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나는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는 하늘 뿐이었다. 그야말로 공(空)이었다.
“당신의 영적 시력이 아직 트이지 않았소. 내가 표상(表像)으로써 당신에게 보여 주리다”
그렇게 말하자 하는 한 구석에 아주 엷은 공기의 막과 같은 것이 수평으로 떠 있고, 그 위쪽으로 우리가 있는 세계와 같은 세계가 또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흡사 그것은 하늘 가운데 둥둥 떠 있는 세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내가 놀라는 것을 모른 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저 세계에서 당신은 이 세계와 같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오. 또 수많은 영의 모습과 거리와 들도 그리고 산도 볼 수 있을 것이오. 그 세계도 영계입니다. 영계에는 세 개의 세계가 있으니, 이제부터 그것을 가르쳐 주겠소.”
그의 말을 따라 그 세계의 온갖 것을 내 눈앞에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의 놀라움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가 그 세계 위쪽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저 세계의 공중에서도 엷은 하늘의 막을 볼 수 있을 것이오. 그 막의 위쪽을 다시 한번 보시오.”
놀랍게도 공중(空中) 세계의 위쪽에도 똑같은 공기의 막이 수평으로 끝없이 이어졌고, 그 위에 또 다른 세계, 즉 들과 산 그리고 바다와 촌락이, 또 영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여기까지 보여준 후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영계에서는 세 개의 세계, 즉 상, 중, 하의 3세계(三世界)가 있다. 3세계는 영계라는 점에서는 모두 똑 같으나 세 영계는 사는 영의 성질은 영의 인격적 높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상 세계(上 世界)에 사는 영은 영으로서 마음의 창문이 가장 활짝 열려있고, 중 세계는 그 다음이고, 하 세계는 중 세계보다도 열등하다. 이 영의 성질의 차이에 따라 3세계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자세한 것은 스스로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보다도 더 아름다운 광경을 본 일은 없었다. 그곳은 상 세계인데, 그를 따라 거대한 궁전과 궁전을 둘러싼 거리에 와 있었다.
이 궁전은 이 세상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으리만큼 웅장함과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이 궁전과 비교할 만한 건조물은 과연 이 세상에 찾아볼 수 있을까? 지붕은 금(金)기와로 이은 것 같이 찬란하고, 벽과 바닥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보석으로 만들어 졌으며, 궁전 안의 방들과 복도 등의 장식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훌륭한 것들이었다.
궁전의 남쪽에는 낙원이라고 생각되는 정원이 있고, 그 정원에 있는 모든 것들도 궁전처럼 휘황찬란한 것뿐이었다. 정원 안에는 은과 같은 나무에 금처럼 빛나는 영매가 열려 있기도 하였으며, 꽃들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은 흡사 천국에 온 것 같은 황홀한 것이었다.
궁전 주위의 거리에는 영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거리의 영들이 사는 집들도 궁전만큼이나 훌륭한 것들이었다. 주택에는 방이 많았고 안방과 침실 등도 따로 있었다. 주택 주위를 둘러싼 정원은 꽃이 만발하였고 수목이 울창했으며, 논밭도 있었다. 영들의 주택은 도시의 거리처럼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었고 길도 정리를 잘하여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하고 있었다.
영들의 입은 옷 역시 새하얀 눈처럼 빛나는 것이었다.
궁전도 거리도 빛이 가득 차 밝았으며 영들의 얼굴도 행복에 넘쳐 있었고, 그들의 눈에는 높은 이성과 진리를 터득한 대오(大悟)를 나타내는 빛이 깃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에 취해 넋을 잃고 있을 때 그는 말했다.
---- 영계의 3세계 중 상 세계(上 世界)는 이와 같이 아름답고 대오(大悟)로 빛나는 세계이다. 상 세계의 영들은 이와 같이 아름다운 세계 안에서 영원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삶은 진실로 천국의 행복에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의 즐거움을 즐기는 방법은 지상에 있는 인간과 다르다. 인간들은 이와 같은 세계에서 행복한 삶을 보내게 될 때 무엇보다도 그 눈을 즐겁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영들은 눈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물에 의해서 표상되는 영의 마음을 즐기는 것이다.
내가 그를 따라 다니며 터득한 3세계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영계의 중(中), 하(下) 세계에 오자 궁전을 비롯하여 거리와 주택 등 모든 것들은 상 세계의 그것들만큼 찬란하지 않았으며, 영들이 느끼는 행복도 그에 상응(相應)하였고 태양빛조차도 상 세계만큼 밝지 못하였다. 상, 중, 하 3세계는 공기의 막(幕)과 같은 것으로 막혀 있어서 영들끼리의 교류나 교통이 없고, 이 점은 각각 그 사이에 교류하고 교통하는 같은 세계 안의 단체끼리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영계의 태양에 대해 말하겠소. 태양은 우리들에게 신과도 같은 존재이며, 영계의 모든 것의 기초는 태양이오. 영계는 태양이 있으므로 해서 존재 가능하니 나는 이에 대하여 상세하게 말하겠소.”
내가 처음으로 영계에 들어갔을 때, 가슴정도의 높이에 떠 있었으며 움직이지 않는 태양을 보고 놀란 것은 앞에서 말한 바가 있다.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생명의 원천(源泉)과 이어져야만 비로소 생명이 있는 것이며,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소. 원천과 연결되지 못하고는 생명은 있을 수 없으며, 영계의 영은 모두가 태양과 연결되어 영원한 삶을 향유하는 것이오.”
그는 이렇게 강조한 후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 영계의 태양은 그 빛이 영계를 비추어 사물을 보게 하고, 또 사물을 생각하는 이성의 기초가 되고있다. 그 열은 영들에게 생명을 부여하게 하고 있으며, 영류(靈流)라는 흐름은 영계 전체에 보내어 이것이 영계의 질서를 지키며, 영의 영적 능력의 기초가 되게 하고 있다. 이 영류야 말로 영계와 자연계(이 세상)의 성질을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드는 근원(根源)이다.
영류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직접 영류와 간접 영류이다. 직접 영류는 태양으로부터 각 세계, 각 단체의 영에 주입되어 영의 능력의 기초가 되며, 간접 영류는 태양으로부터 보내진 후 상 세계를 거쳐 중 세계로, 중 세계를 거쳐 하 세계로, 흘러 들어간다. 또 각 세계의 영은 각 세계에 흘러 들어온 간접 영류도 직접 영류와 함께 받아들인다. 간접 영류는 이와 같이 영계 전체의 각 세계, 즉 각 단체와 모든 개개의 영을 연결하여 영계의 질서를 유지한다. 만약 간접 영류가 없으면 영계는 산산이 분해 되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영계의 태양은 영의 생명과 영계의 생명을 지키는 기초이다.
영의 상념의 교류
영계의 들판을 걷고 있던 그 영은 자기의 심장 속을 무엇이 툭툭 두들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장 내부에 다른 생물이 있을 리 없는데, 마치 작은 생물이 그 곳을 손끝으로 툭툭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생물은 그에게 무언가 말을 걸고 싶어 하고 있었다.
----- 그는 그렇게 느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둘레를 휘둘러본 그는 멀리 떨어진 강기슭에 어딘가 기억이 있는 한 사람의 영의 모습을 본 듯 했으나 너무 먼 거리였기 때문에 분명히 알 수는 없었다.
“나를 부르는 자가 저쪽 강가에 있는 저 사람일까?”
그는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저편 강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먼저 보았던 얼굴이 점점 뚜렷하게 나타나 얼굴을 잘 볼 수가 있었다.
“당신은....... .”
그는 놀라움과 그리움으로 강가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강가의 사람은 그가 죽어 영계에 들어오기 30년 전에 죽은 옛 친구였다. 이들 두 영은 서로의 얼굴을 열심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로 간에 상대방 영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게 되었다
그는 상대방의 영이 생각하고 있는 일이 그 영의 중심부로부터 조그만 덩어리가 되어 몸속에서 올라가 그것이 얼굴에 나타나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당신은 어제 이 영계에 왔소? 어느 단체에 속해 있소? 또 그 단체의 영적 성질은 어떻소?” 라고 묻고 있었다. 그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 대답은 똑 같이 그의 얼굴에 나타나 상대방의 영에 전달된 것 같았다. 상대방의 얼굴에서 그것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 단체는 나도 알고 있소. 우리의 단체와 성질이 비슷한데 당신은 영계에 얼마나 익숙하오?” 상대방 영의 얼굴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 영의 머리 위에는 지금까지 전혀 본적이 없는 풍경이 떠올랐다. 넓은 사막과 그 안을 흐르는 구불구불한 강, 강의 상류에는 산들이 이어져 있었고, 강은 산 사이로 들어가 계곡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 계곡엔 많은 영들이 살고 있었다. 상대방 영의 얼굴은 계속하여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의 단체 표상(表像)을 나에게 보여 주시오.”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표상? 난 그 뜻을 잘 이해할 수가 없으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 주시오.”
대답이 돌아왔다. “당신은 내 머리 위에 보인 표상을 보지 않았소.? 표상이란 바로 그것이요. 당신의 표상은 내게 보이지 않소. 당신은 아직 표상을 나타내는 것을 배우지 않았소.?”
비로소 상대방 머리 위에 보인 상(像)이 표상이었음을 알았다. 이 표상은 그가 어떠한 곳에 있는가를 알려 준 것이었다. 두 영은 상념의 교류를 계속하였다. 교류가 끝나자 그의 시야에서 상대방의 영은 사라지고 오직 강과 하늘만이 보일 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상념(想念)의 교류라든가 표상이라는 말을 설명도 하지 않고 몇 번 썼다. 그러면 이제 그 말을 설명해 보기로 한다.
영계에서는 상념의 교류는 얼굴만 서로 바라보는 것과 말이나 글자를 쓰는 것 등이 있는데, 간단한 일은 얼굴을 보는 상념의 교류만으로 통할 수가 있는 것이 영의 세계이다.
상념의 교류는 이 경우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한 사람의 영(이 경우에는 그의 상대방의 영)이 다른 영과 상념의 교류를 하고 싶으면 그 영의 얼굴을 생각해 내면 그것만으로 상대방의 영의 얼굴이 눈앞에 보이게 된다. 그리고 상념의 교류를 요구받은 상대방은 그가 느껴지는 것과 같은 어떠한 부르는 소리(그는 심장을 두드리는 것으로 알았다)를 느끼고 교류의 요구에 응한다. 상념은 영의 표정 위에 보이는 형태를 취하여 나타나게 된다.
상념을 교류하는 보조수단으로 표상이 있다. 그것을 나타내는 영에게는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머리 위에 훨씬 더 뚜렷한 이미지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과 얼굴 표정에 의한 상념의 전달이란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 영은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알 수가 있다.
무한히 연장되는 영의 상념
그 영은 그 때 시야에 있는 커다란 숲의 흔들림과 동시에 아지랑이와 같이 투시할 수 있는 것으로 변해버린 것을 느꼈다. 그리고 숲의 저쪽에 하나의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이 세상의 것으로 비교한다면 몇 천 년이나 지난 고대식의 장대한 궁전과 이집트의 피라밋을 몇 십 배로 크게 한 것 같은 건축물이 그 궁전의 주위를 둘러싸듯 서 있는 광경이었다. 궁전의 입구는 하늘까지 닿을 듯한 큰문이 닫혀있었다.
어떻든 시야를 가로막고 있던 숲이 갑자기 투명한 공기의 막과 같은 것으로 변하고, 그 막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하게 된 것은 웬일일까?. 사실 그는 오래 전부터 어느 영의 일이 떠올라 그 영과 상념의 교류를 하려 하였다.
----- 그 영과는 정령계에 있었던 때 이래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였다. 그것은 2천 년이나 지난 옛날의 일이었는데,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상념의 교류를 원하는 그의 희망에 비하여 그 영의 얼굴은 쉽사리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후 자기의 내적 능력에 의해 상념의 연장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얼마 후 그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숲이 아지랑이처럼 되어, 앞에서 말한 광경이 그의 눈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도 상념의 교류를 원하던 그의 얼굴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내적인 영능력의 강화에 힘썼다.
견고하게 보였던 입구의 문이 이번에는 먼저 번 숲처럼 흔들흔들 흔들리더니 반투명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반투명이 된 때문에 겹쳐서 그 친구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더니 그것이 차차 뚜렷한 것이 되어 갔다. 그 친구도 그가 상념의 교류를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 차렸는지, 그의 얼굴을 좀더 잘 보려고 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는 친구의 얼굴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물었다. “당신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오? 또 지금 무엇을 하고 있소?”
그러자 물음에 대답을 하려는 듯이 그의 몸 안에 몇 개의 물체와 같은 것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으며, 이윽고 그는 물체들을 몸 안에서 확실한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그 영상은 영계의 문자를 빈틈없이 써넣은 두꺼운 장부와 그 단체의 호적부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가 알고자 원했던 것을 알기에는 너무나 부족했기에 마음속으로 다시 그 친구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궁전 전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궁전 바깥의 벽도 안에 있는 방의 벽도 모두 반투명이 되었다. 그는 궁전 안에 있는 모든 방안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친구가 거처하는 방은 특히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방안에는 그의 몸 안으로 전에 보내졌던 장부와 모래상자와 똑같은 것이 방안에 꽉 차 있었으며, 그 친구 이외에도 수십 명의 영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 영들은 무엇인가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얼굴의 외형만 보일 뿐 얼굴 생김생김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고 매끈한 공처럼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친구인 영의 머리 위에는 수자와 같은 것이 춤추기도 하고 뛰어오르기도 하였다. 동시에 방안에 쌓여 있는 상자속의 수십 알의 모래가 번쩍번쩍 빛나면서 상자 밖으로 뛰어나와 친구인 영의 머리 위에서 빛나면서 뛰어오르고 있었다. 또 흡사 이것과 호응하듯이 그의 몸 안으로 전부터 보내져 있었던 상자 속의 모래알 몇 알도 그의 몸 안에서 빛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다음 모래알은 그가 인간이었을 때에 알았던 사람들의 얼굴이나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이 되어 그를 놀라게 했다. 이 빛나는 모래알은 전부 친구인 영과 같은 단체에 속하는 영 중에서도 그와 무엇인가 관계가 깊은 영들이었다. 계속해서 통신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상념 교류가 끝나자 궁전 안의 방도 친구도 장부도 그리고 모래 상자도 모두 사라지고, 그의 시야 멀리는 또다시 최초에 그의 시야를 가로 막고 있던 숲이 나타났고 그 역시 먼저 있던 장소에 되돌아와 있음을 알아 차렸다.
인간에게는 벽 너머를 투사하거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고도 찬 것 뜨거운 곳을 느끼며, 귀를 사용하지 않고도 소리를 듣거나, 더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표상으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영계에서는 이러한 일은 흔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영에게도 눈이나 귀가 있으므로 직접 보든가 듣든가 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못할 때는 영은 내시력(內視力)이라고 하는 영 특유의 능력을 사용해서 보거나 듣거나 하게 된다.
지금 든 예에서, 그가 맨 처음에 상념의 교류를 이루지 못했던 것은 친구의 영이 숲 저쪽에 더구나 궁전 안에 있었기 때문인데, 그는 곧 이것을 깨닫고 내적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친구로부터의 상념이 그의 몸 안으로 뛰어 들어온 것은 그가 내적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영계에서는 이런 일을 그렇게도 쉽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영계에는 영류(靈流)라고 하는 인간계에는 없는 흐름이 있어서 영계 전체를 그 속에 포함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영상은 이 영류를 타고 영류 안 어디에나 옮겨 간다. 영류는 물론 산, 바위, 궁전의 벽과 문등 모든 것을 자유롭게 통과한다.
영계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상념의 교류를 하고 있는 당사자인 영 이외의 제삼자에게 영류를 타고 옮겨지는 영상이 눈에 들어오는 일이 극히 드물게 있다. 나 자신도 단 한번 뿐이긴 하나 하늘을 날아가는 대 산맥을 보고 몹시 놀랐던 일이 있다. 이것은 대 산맥이 날아간 것이 아니라 영류를 타고 옮겨지는 영상이 나의 눈에 보였던 것이다. (계속)
영계 생활의 여러 가지
그 두 사람의 영은 어느 쪽이나 이 세상에 살고 있었을 때 매우 유명했던 인물이었다. 한 사람은 덕망이 높은 목사였고, 다른 사람은 용감한 장군이었다.
목사는 영계에서도 이 세상에 있었을 때와 같이 열렬히 설교를 하고 영들에게 덕(德) 있는 생활이라고 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다녔다. 그는 언제나 자기의 설교를 다음과 같이 말로 시작하였다. “너희들 죄 많은 영들아. 내가 말하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믿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면 너희들은 용서를 받고 구원을 받으리라.”
그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은 설교를 하였다.
----- 지금 영계에 와 있는 영들은 원래 죄 많은 인간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있었을 때에 하나님의 가르침을 따른 올바른 생활을 보내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간이었을 때에 그들은 인간의 원죄를 속죄하는 일을 게을리 했다. 그래서 이제 이 영계에 들어온 것이며 천국으로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회계를 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한 것이다. 하나님은 자비로우시므로 이제부터라도 용서해주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내가 영계에서 설교하는 하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영계에서 덕 있는 생활을 하자. 그러면 너희들도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설명하기 위해서 특히 신에 의해서 이 영계로 파견된 것이다....... .
그러나 영계에서는 미안하게도 그의 가르침을 열심히 듣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이것을 슬퍼하고 동시에 다음과 같이 위협을 하였다. “너희들은 내가 말하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갖지 못한 자들이다. 너희가 회계하지 않는 한 반드시 죄 값을 받으리라.”
그리고 그는 죄의 내용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그것은 멀지 않아 영계에도 노아의 대홍수가 일어나 회계하지 않는 자들은 전부 영계에서 추방되고 목숨을 빼앗기리라. 또 특히 죄가 많은 영들은 그 대홍수가 있기 전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큰 바위 밑에 깔려 멸망하리라는 내용이었다.
또 그는 산맥 근처에 있는 영의 단체에게 설교하되, 사람들이 그의 설교를 따르려 하지 않을 때에는 그 산맥을 멀지 않아 그의 기도의 힘으로 무너지게 하여 영들에게 벌을 내리겠다고 영들을 위협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영계의 태양을 향해서 영류의 힘을 내게 내려 주소서, 산을 허물고 물을 넘치게 하여 하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영들에게 벌을 내려 주소서 하고 기도를 하였다.
또 한사람의 장군은 이 세상에 있었을 때에는 특히 전술에 뛰어난 전략가로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영들과 만날 때마다 어떤 공기의 물질 같은 것을 상대방 영의 마음을 향하여 쏘는 것이 습관이었다. 이 물결과도 같은 것은 상년의 교류를 할 때에 영들이 사용하는 상념 전달의 수단과 같은 것이었는데, 조금 다른 점은 이 물결이 일반 영들의 상념을 전달할 때의 느낌과는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것이었다. 나도 실제로 이 장군의 영과 만나서 이야기(상념의 교류)한 일이 있었는데 역시 기묘한 구김살과도 같은 감촉이 어딘가에 있는 것을 항상 느꼈다.
그들 두 영은 영계에서 다른 영들로부터 경멸을 당하고 비웃음의 대상 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것이 그들에게 불평불만을 더욱 일으키게 하였고, 그들로 하여금 더욱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이 두 인물에 대해 좀더 자세히 말해 보기로 한다.
인간이 죽은 후에 영으로 남아서 존재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것, 즉 그 인간의 참다운 성격으로서의 영적인 마음, 영적인 인격이다. 영계에 있어서는 그 때문에 영적인 인격의 높고 낮음이라든가 참다운 뜻에서의 이성의 고저(高低)라든가 하는 것 외에는 영의 영격(靈格)을 규정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영들은 그 영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영으로서의 영원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으로 있었을 때의 기억도 참다운 영적인 심부(深部), 즉 마음 속 깊은 곳에 새겨진 것 밖에는 남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 두 영의 경우는 좀 특이한 예라고 할 수가 있다.
목사의 경우는 교회의 목사로서의 그의 입장이 인간계에 있었을 때에는 사람들에게 권위로서 통용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설교를 들었을 것이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기억이 영계에 들어온 후에도 남아 있었다. 그것은 그가 인간계에 있었을 때에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기를 좋아했고, 그것이 그의 영의 깊은 곳까지 이를 정도였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영계에 들어와서도 그 기억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정령계의 설명에서 말한 것처럼 정령에 있어서까지도 인간계에 있을 때 갖고 있었던 모습을 정령들은 차차 버리고 그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데, 하물며 영계에 있어서 이와 같은 외면적인 것이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이 밖에도 역사상에 저명한 인물 ----- 그들은 세상에 있을 때에는 모두 다 덕망이 높은 사람이라든가 훌륭한 지식을 갖고 있다든가 하여 높이 평가를 받았던 사람들인데, 영들에게는 경멸을 받고 있는 예를 몇 번 들었다. 그들은 예외 없이 외면적인 지식에 사로잡혀 영적인 창을 여는 것을 거부하고 아집(我執)에 빠져있는 불행한 자들이었다. 이러한 사람들보다는 “마음이 순진하고 곧은 사람” 편이 영계에서는 훨씬 더 크게 깨닫고, 지성과 이성 면에 뛰어난 영으로서 상위의 세계로 가게 된다.
그 영은 또 같은 시냇가에 와서 그곳에 펼쳐진 풍경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것은 전날과 같은 행동이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이와 같은 일과를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앉아서 매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일에 특별한 뜻이 있다고는 그도 생각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여기에서 무슨 일도 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으므로 더욱 더 그랬다. 그는 틀림없이 자기 자신조차도 여기에 메일 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깨닫고 보면 자기는 또 같은 장소에 와서 같은 풍경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그러한 일과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경사가 완만한 언덕이 연달아 있었고, 그 언덕까지의 넓은 공간은 전면이 초원이었다. 들판에는 여기저기에 수목이 우거졌고 또 거대한 숲이 울창하게 무성해 있었다. 냇물은 들판을 가로질러 흘러 내려가고, 그 흘러 내려간 끝에 그가 속해있는 단체가 있었다. 그러나 이 풍경은 그에게는 이미 익숙하기보다는 이제 싫증이 난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이 곳에 오기 시작한지 닷새째가 되던 날 종전과는 약간 다른 일이 생겼다. 그렇다고 별로 큰일은 아니었다. 다만 한 사람의 영이 와서 그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 ---그것은 이 세상의 거리로는 수백 킬로는 떨어져 있었다.---에 그와 똑같은 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그 영은 또 그와 똑 같이 같은 풍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변한 것은 오직 그 뿐이었다.
다음 날도 그는 전날과 똑같이 강가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약간 놀라운 일은 전날의 영도 역시 전날과 같은 장소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동안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같은 일이 반복되므로 그는 그 영에게 말을 건네 보고 싶어 졌다. 그런데 그가 말을 건네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 것은 또 한 가지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그가 나타나면서 그가 “싫증이 나 있는” 풍경 속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을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가 말을 걸고 싶다고 느낀 것과 동시에 그 영도 그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어졌는지 다음 순간 그들은 수백 킬로의 거리를 순식간에 날아와 서로 가까이 다가앉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가 상대편 영이 있는 쪽으로 간 것도 아니고 또 상대편 영이 그의 곁으로 온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가 앉아있는 곳은 그가 지금까지 앉아 있었던 비로 그 자리였고 상대편도 자리를 조금도 움직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요즈음 며칠동안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습니다. 당신이 강가에 나타나면서부터 내가 보는 풍경 속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지요. 이런 일은 전에는 결코 없었습니다. 당신은 풍경에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신(神)인가요?”
그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가 풍경으로부터 받는 인상에는 상대편 영이 나타난 날부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언덕의 형태는 전보다 둥글어졌고, 나무와 숲은 지금까지의 녹색과 달리 봄의 새싹 같은 색깔과 부드러운 감촉을 더해갔고, 태양 빛까지도 온화하게 되었다. 상대편 영도 그에게 대답을 하였다.
“나도 이상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그것은 강가에서 당신을 만날 때부터 생긴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내 눈앞에 가라고 있었던 것을 때어낸 듯한 느낌이 들더니 먼 곳에 있는 것도 명료하게 내 눈앞에 비치는 듯한 생각이 요즈음 며칠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상대편 영이 하는 말의 뜻은 그를 강가에서 본 후로 시야가 넓어져서 먼 곳에 있는 것까지도 뚜렷이 볼 수 있게 된 것은 어째서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편 영은 작은 조약돌 하나를 집어 들더니 그것을 보이며 말을 하였다. “ 나는 요즘 며칠간은 이 돌 속까지도 보이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이상한 일은 처음입니다. 당신은 그런 기이한 일을 생기게 한 장본인인가요? 당신이 바로 신(神)인가요?”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의 몸 안에 지금까지도 없었던 무엇인가가 어디에선지 날아와서 뛰어 들어온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눈에는 부드러운 빛을 내면서 조용히 빛나는 조그만 보석 같은 것이 그의 몸 안에서 여러 개 춤을 추듯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또 상대편 영은 태양의 작은 분신(分身)이 힘차게 몸 안에 빛을 내 쏘고 있는 것을 자신의 몸 안에서 보았다.
상대편 영은 먼저 집었던 조약돌을 하늘을 향해 힘껏 던졌다. 순간 그들은 놀라서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조약돌은 금빛을 내는 기체와 다이야몬드 같은 빛을 내는 기체가 되어 증발하고, 그 기체가 두 영의 머리 위에서 감도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다음 날 강가에서 또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서로 공통되는 화제로서 천 년쯤 전의 역사상의 인물을 화제에 올렸다. 그는 그 인물과의 상념의 교류를 계획하고 그것을 시도하자 그 인물은 눈앞에 나타났다.
“나와 상념의 교류를 희망한 것은 당신인가?” 그의 시야에 나타난 그 인물의 온건한 가운데 위엄이 넘치는 용모는 세상에 있을 때와 별로 변한 데가 없었다.
“내가 상념의 교류를 희망했습니다. 당신과 더불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또 내 곁에 있는 영도 나와 똑 같은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 인물은 상대편의 시야에도 나타났다. 그들은 함께 역사상의 인물과 상념의 교류를 시작했다.
역사상의 인물은 두 영의 몸 안에 같은 형태의 표상을 나타내고 또 그 머리 위에 똑같이 신화 중의 훌륭한 신의 조상(彫像)같은 것을 나타내게 했다. 그러자 잠시 상념의 교류를 하고 있는 사이에 두 영은 서로 같은 표상이 나타남을 알고 놀랐다. 그것은 상대편 영의 몸 안에 보내서 넣은 것이 아니라, 그의 몸 안에 보내진 형상이 그로부터 상대방의 영에 전달된 것이었다.
그리고 반대로 그가 역사상 인물의 머리 위에서 볼 수 있었던 표상의 많은 부분은 상대편 영의 눈에 비치는 것을 그에게 전달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역사상의 인물로부터 같은 상념과 감정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상 인물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처럼 내 상념이 잘 전달될 수 있었던 경험은 예전에는 드문 일이었소. 당신들은 상념을 교류하는 기술이 퍽 훌륭한 것 같이 보이는 군요.” 두 영에게 있어서도 전에 없이 이 역사상의 인물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계에서도 결혼이라는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영계의 결혼도 남녀의 영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인간의 결혼과 조금도 다름이 없으나, 많은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영계의 결혼은 영적 친근감, 친화감의 절대적인 극치에서만 이루어지며, 인간이 결혼하는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는 세속적인 생각 같은 요소는 전혀 없다. 이것은 영이 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당연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영계의 결혼은 동일한 영계의 단체에 속하는 영 사이에서만 행해지고, 다른 단체에 속해있는 영과의 사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적 친화감의 극치는 앞에서 말한 바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두 남녀 영의 머리 위에 다이야몬드나 금빛을 내는 기체가 나타나는 것으로 표상된다. 이 같은 남녀의 영 사이에서는 그 영적인 마음은 완전히 하나가 된다.
영의 경우도 남성은 이성과 지성이 뛰어나고, 여성이 정서적인 것은 인간의 경우와 비슷하다. 그래서 영이 결혼하게 되면 남성 영의 이성과 지성은 그대로 여성의 영에게로 흘러 들어가고, 여성 영의 정서는 그대로 남성의 영 속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서 하나의 영격(靈格)이 이루어진다. 이 영격은 남녀의 영이 별개로 있는 경우보다는 훨씬 더 훌륭한 영격이 되고, 결혼한 남녀 두 영의 행복감도 영적인 능력도 영계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 된다.
영계에서도 남녀의 영이 결혼하게 되면 피로연을 열고 같은 단체에 속해있는 많은 영이 모여든다. 그 때에 모인 영들은 피로연 석상의 상공에서 이 세상에서는 상상 할 수도 없는 아름다운 소녀의 상(像)이 빛나면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영계에서 지복(至福)을 표시하는 표상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영계의 결혼이 이 세상의 결혼과 다른 점을 들면 다음과 같다.
먼저 결혼한 남녀의 영은, 영계에서는 두 사람의 영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영으로 취급된다. 이것은 영적인 마음의 결합이 완벽함을 나타내는 것인데, 그 밖에도 영계에서는 결혼한 남녀는 서로의 영으로서의 몸이 모두 상대방 영의 몸 안으로 들어가 완전히 일체가 되어 버리는 데에서도 연유한다.
또 영계의 결혼에는 남녀 영 사이에 육체적으로 결합하는 일은 없다. 이것은 영계에서의 결혼의 목적이 두 영의 깨달음이나 행복이나 이성, 영적 능력의 향상에 있는 것이지 이 세상의 결혼처럼 자손의 번식을 목적으로 삼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낙타 등에 짐을 실은 대상(隊商)이 동양의 사막을 길게 열을 지어 서쪽을 향해 가고 있다. 넓은 사막에는 시야를 가리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대상들에게는 행길을 갈 때와 같은 목표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그들의 진로를 표시해 주는 것은 오직 하나의 시간과 태양의 위치나 높이를 보아 경험을 토대로 해서 산출한 서쪽 방향이라는 것뿐이다.
시간은 정오 때쯤 태양은 마침 남쪽 하늘에서 빛나며 그들에게 앞으로 나갈 방향을 표시해 주고 있다. 이 때 갑자기 먼 곳에서, 온 사막을 뒤흔드는 것 같은 천둥소리가 대상들의 귀에 들려왔다. 비를 희구하던 그들은 어느 방향에서 났을까 하고 각자 짐작되는 방향을 둘러보았다. 그들 사이에 무서운 공포와 이변이 일어난 것은 바로 이 때였다. 대상들은 각자 자기 생각대로 방향을 정하고 얼굴을 그 쪽으로 향했다. 그 각 방향으로 돌린 얼굴 정면에 전원이 똑같이 태양을 본 것이다.
대상들은 모두 다 자기가 태양을 본 방향이 남쪽이라고 생각하여 그것을 기준으로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 거요? 그 쪽은 서쪽이 아니란 말이요!” “아니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야말로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소. 내가 가는 방향이 서쪽이요!” 이렇게 되면 대상의 행렬에 혼란과 착각이 일어나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만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멋대로 꾸민 이야기라고 웃을 것이다.
각자 얼굴을 돌린 방향이 어느 쪽이든 그 방향에 정면으로 태양이 보인다. 이러한 턱없는 일은 이 세상 사람의 인간적 경험의 범위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계는 불가사의한 일이 가득 찬 세계인데, 그 중의 하나가 영계의 태양이다. 영계에서는 사람들이 일소에 붙인 “턱없는” 일도 태양에 관한 한 가장 상식적인 일이다. 영계의 태양은 항상 영들의 얼굴을 향한 방향에 있다.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영계의 태양은 동쪽 하늘의, 그것도 영들의 가슴 정도의 높이에 항시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태양이다. 이 태양은 아직 영계에 익숙치 못한 영들에겐 그 움직이지 않는 점이라든가 가슴높이에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불가사의하다. 몇 천 억 년의 태고(太古)가 가슴 앞에서 항상 노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러나 이 태양은 참으로 거리낌 없이 영들이 얼굴을 돌린 방향으로 움직인다.
영들은 그 얼굴에 의해서 빛이나 열, 영류를 받아 들여서 살고 있는 것이므로 이렇게 되는 것이 사실 당연하지만, 이 세상의 감각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태양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태양이 있는 방향이 영계에서는 항상 동쪽이라고 정해져 있으며, 이것이 영계의 방위의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동쪽도 항상 움직이고, 더구나 각자 영에 따라서 동쪽은 달라진다. 이 태양의 불가사의만은 영계의 현자(賢者)라고 하는 영들도 풀 수 없으며, 지금까지 이 불가사의를 푼 영은 영계에는 없다.
그것은 어쨌든 간에 영들은 태양이 움직이든 동쪽이 움직이든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산다. 이것은 영들이 자기의 얼굴 정면뿐만 아니라 주위의 어느 방향도 분간할 수 있는 머리와 눈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위의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에 의해서 방향 감각을 틀리지 않게 가늠할 수가 있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가?” 영계의 광장에 모여 있는 수많은 영들은 놀라 일제히 이렇게 외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이변의 징조가 아닐까?” 영들은 누구나 다 동쪽 하늘에 그들이 본 이변에 눈을 못 박은 채 서로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놀라움과 불안, 또 이제부터 일어나리라고 짐작되는 이변의 징조에 대한 두려움의 표정이 그들 전부의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늘 그들의 가슴 높이에 있어야 될 태양이 조금 높은 하늘 가운데에 떠 있었기 때문이다.
영들이 불안과 공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 태양 둘레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조각구름 비슷한 것이 몇 가닥 나타나 태양 둘레를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그 구름 중에는 태양의 전면을 나는 것도 있어서, 그 때문에 태양의 빛은 가리워지고 영계의 지면에는 몇 줄기나 되는 검은 그림자가 비쳤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다> 영들의 불안은 더해 갔다. 구름이 태양의 둘레를 돌기 시작함과 동시에 태양은 더욱 빛나고 강렬한 빛을 발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태양이 구름과 싸우는 것같이 보여 그들의 공포는 더해 갔다. 이 때 한 영이 무언가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영들 앞에 나섰다. 그는 천년 전에 있었던 어떤 일을 기억해 낸 것이다. 그는 영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이제야 생각났다. 이것은 하늘나라 사람의 춤이며, 두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경사이다. 나는 천 년쯤 전에 이와 똑 같은 일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이와 같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각구름들은 수십 명이나 되는 영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들은 태양주위를 질서 정연하게 원을 이루면서 돌기 시작했다. 태양은 한층 더 광체를 더해 갔다. 태양 둘레를 돌고 있는 영들의 모습이나 형태도 얼굴 생김새도 차차 뚜렷해져 갔다.
태양은 평소의 태양보다도 수십 배 수백 배나 밝게 빛났고, 또 빛 속에는 황금과 은(銀)빛 줄기가 섞여 이것이 반짝반짝 아름다운 빛을 영계 전체 위에 뿌렸다.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영들의 의복은 새하얀 눈처럼 빛나고, 그들의 표정은 이 세상의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지복(至福)의 상태로 빛나고 있는 것이 보고 있는 영들에게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하늘나라 사람들의 춤다웠다.
영계 전체가 평소의 수십 배, 수백 배의 밝은 빛과 황금과 흰 은빛의 광체 속에 있었으며, 영계 안에 있는 모든 영들에게는 태양 둘레에서 지복의 춤을 계속 추고 있는 “하늘나라 사람”들의 행복감이 그대로 전달되어 갔다. 이 때의 영계는 상 세계(上 世界)와 중 세계(中 世界)도, 하 세계(下 世界)가 모두 빠짐없이 행복의 빛 속에 젖어 있었다.
영계(靈界)에서 첫째가는 행복한 사건이란 하늘나라 사람의 춤이다. 하늘나라 사람의 춤이라고는 하지만 “하늘나라 사람”들은 실은 상 세계의 영들이다. 상 세계의 영들 중에서도 특히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새로 하늘나라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영에게 그 사실을 축하하는 뜻에서 하늘나라 사람의 춤이 허락되는 것이다.
즉 전 영계가 “새로운 하늘나라 사람”의 탄생을 축하하는 셈인데, 이것은 대체로 천 년에 한번쯤 있는 영계에서도 드믄 행사이며, 하늘나라 사람이 춤을 추는 것을 허락 받은 “새로운 하늘나라 사람”은 기껏해야 수십 명 밖에는 되지 않는다. 하늘나라 사람의 춤은 지금 여기서 말하는 대로 행해지는데 그들의 지복을 축하함과 동시에 전 영계의 영도 잠시 같은 행복을 나누어 갖게 되는 셈이다. 영계에 하늘나라 사람의 춤이라고 하는 행사가 있다는 것은 영들의 영계에 있어서의 생활 목적이 아무리 완만하다 할지라도, 영원한 영적 진보를 지향하고 있다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가 있다.
영이란 공기라든가 정기(精氣)와 같은 것이거나 혹은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에테르와 같은 것이다. 영에 대한 인식은 영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이 정도로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 영은 인간처럼 육체라는 형태는 갖고 있지 않지만, 일종의 영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지성과 이성이라든가 감정 면에서는 인간이 갖고 있는 것은 전부 갖고 있으며, 인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내가 이제 말하려고 하는 것을 들으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영이 나에게 이야기해준 예를 들어 이야기하기로 한다.
그는 한 사람의 영과 영계 끝에 있었다고 알려진 “장엄의 숲”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말하는 이 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먼데로 눈길을 던졌다. 그 날의 그는 퍽 기분이 상쾌하고 마음도 들떠 있었기 때문인지 그에게는 흔히 보아왔던 풍경이 다른 때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생기 있게 느껴졌고 또 그의 눈에 비치는 태양도 평소보다 더 밝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눈길을 주고 있는 저편---그것을 아마 이 세상의 거리로 말하자면 수천 억 킬로 저편에 있었으리라.---에는 길고 긴 성벽과 같은 것이 이어져 있고 그것이 그의 시야의 끝이 되어 있었다. 그 성벽은 그의 말대로 하자면 “시야의 끝에서 끝까지 모두 가로막고 이 세상에 있었을 때 들은 바 있는 동양의 만리장성 수천 배의 길이”였다.
그의 상쾌한 기분은 여전히 변함없이 계속되었고 그에게는 또 한 사람의 영이 말하는 “장엄의 숲” 모양이 한 마디나 두 마디의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눈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태양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다.
평소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던 태양이 차차 빛을 더해가고 엷고 붉은 색으로 보였던 태양은 조금씩 더욱 밝은 흰색으로 변해서 아름다운 은빛을 내기 시작 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그 은빛 속에 황금빛 줄기가 석여 그의 시야 전체를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는 광경으로 비추어 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더욱 행복감에 가득 차고 또한 지복의 절정으로 올라가는 것을 그 자신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사물에 대한 이해력도 매우 밝아졌다.
그에게는 이제야말로 상대편 영이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장엄의 숲”의 이야기는 상대편의 입에서 말도 나오기 전에 벌써 눈에 비치게 되고, 그 모습은 상대편 영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먼 곳에 눈길을 돌린 그는 놀라서 소리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그 먼 저편에는 높고 길게 이어져 있는 성벽 같은 것이 그의 시야를 가로 막고 있었다.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로 막고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지금도 성벽은 틀림없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에게는 그 두터운 벽이 마치 엷은 공기의 막(莫)처럼 투시되었던 것이다. 성벽 너머에 있는 세계의 갖가지 모습이 그의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때 그에게는 영계 전체,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전 영계, 성벽도 성벽너머의 저편세계도, 영들에게 까지도 전설적인 존재인 “장엄의 숲”조차도 통틀어 혼연일체가 되어 조화를 이룬 음악으로서 영계의 허공에, 그 아름답고 생명에 가득 찬 음악의 전당으로서 울려 퍼지고 있는 듯하였다. 그때 갑자기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영계의 모든 것이 손 안에 쥔 듯 확실히 알 수가 있구나.” 영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모든 세계 그리고 그 곳에 사는 모든 영들의 생각이나 감정............ 이, 모든 것이 생명에 가득 차고 무한한 색체를 지닌 작은 “소리의 조각”의 뜻을 해독(解讀)하게 됨으로써 영계와 영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의 전부가 손에 쥔 듯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자기가 이 영계에서 지복의 절정에 얼마동안이나 있었는지 그 시간을 짐작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제 정신이 들어 깨어나 보니 태양은 이미 조금 전까지와 같이 빛나지 않고 보통 보던 때의 엷은 분홍색의 태양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또 그의 시야도 저편 벽에 가로 막혀 이제는 벽 너머의 광경을 볼 수가 없었다. 영계는 평범한 모습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끝이라면 사람들은 그가 꿈이라도 꾼 것이겠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도 행복에 겨운 세계에서 지극히 평범한 세계로 되돌아와 버렸으므로 환멸을 느끼고 심신이 피로해졌다. 곁에 있던 영은 또“장엄의 숲”의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는 열심히 들으려고 하는 마음이 없어졌다.
그를 또다시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그는 한 순간 현기증과 같은 것이 일어나고 동시에 몸 안에 자기 것이 아닌 무엇인가가 갑자기 침입해온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자 이와 때를 거의 같이하여 그들 두 사람의 영이 서 있던 발아래 지면이 무서운 굉음을 내면서 두 개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은 순식간에 넓어져 커다란 암흑의 구덩이가 보이더니 그는 구원을 청할 틈도 없이 그 안에 빠져 들어갔다.
그런데 사실 그는 실제로 암흑의 구멍 속에 빠진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인데 이것은 그의 마음이 하강 상태를 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상이었다. 이것을 고비로 눈에 보이는 세계는 어두워지고 또 시야도 좁아져서 조금 전까지 보였던 높고 긴 벽은 이미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이란 겨우 겨우 수백 킬로 정도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한정되어 버렸다. 빛나던 태양도 조금씩 빛을 잃고 차차 검붉은 색에서 보랏빛을 띠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저녁의 어둠이 깔린 하늘에 탁한 빛을 내는 달이 되어 버렸다.
그의 행복도 이제는 허무하게 시들어 버리고 그의 마음에는 비애만이 남게 되었다. 그에게 말을 거는 상대편 영의 “장엄한 숲”의 이야기도 그에게는 조금도 장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저녁의 어둠 속에 영계의 다른 어는 곳엔 가에 있을 이 세상에 있었을 때의 친구의 얼굴을 생각해 내고 열심히 상념의 교류를 구했다.
그러나 친구의 얼굴은 전혀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고 또 그는 몸을 원래 있던 곳으로부터 이동시켜서 친구의 영 앞에 갈 수 있는 능력을 잃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한층 더 비참한 생각에 빠졌을 뿐이었다. 그에게는 아주 평범한 영에게 허락되는 행복도 허용되지 않았고 또한 그의 영적인 능력은 인간으로 말하자면 마치 폐인(廢靈)이 되어 버린 것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영의 세계에서는 이 이야기와 비슷한 영의 심적 상태의 변화라는 것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마음의 변화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 이 상태의 변화라고 하는 사태가 영계에서 뜻하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한 면이 있다.
영원한 삶을 보내는 영들에게 있어서는 상태의 변화만이 그들이 살고 있다는 표적이 되며, 그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시키는 근거가 되어 있다. 이것이 없으면 그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일이 흔히 있기 때문이다. 영에 있어서 상태의 변화라는 것이 보통은 이 이야기만큼 극단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성질은 역시 같은 것이며, 행복함이나 이성이나 영적 능력이 상한(上限)에서 하한(下限)까지의 폭 안에서 변화가 되풀이되고 있다.
영의 능력에는 지금 기록한 이야기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시력 하나를 예를 들어보아도 영의 눈으로 보는 외적 시력과 영이 그 마음의 눈으로 보는 영적 내시력(內視力)과 같은 두 측면의 능력이 있다. 영의 마음의 상태가 상한에 가까울 때에는 내적인 영의 특유한 능력도 뛰어나게 되고 내시력도 위력을 발휘하여 아주 먼데 있는 벽 너머에 있는 세계까지도 극히 간단히 투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영의 마음에 감응하는 영적 감응력, 사물을 표상으로 나타내는 표상력, 다른 영과의 상념의 교류 능력 등 일체의 영적 능력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다.
영의 상대 변화는 그 영이 자기 안에 받아들이는 영류의 변화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으며, 또 재미있는 것은 이 경우에도 알 수 있듯이 영의 상대 변화에 따라 태양의 빛남도 증감되고 그 최저의 상태에서는 태양이 “달이 되어 버린다.”는 현상까지도 일어나는 것이며, 이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기이한 생각을 안겨줄 것이다.
그 영은 주위의 모양이 평소에 늘 보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영계의 모든 집이나 모습 또 여기저기에 보이는 모습이나 형태도 외형은 어는 것이나 눈에 익었던 것과 다름이 없어 어디라고 꼬집어 말할 수 있는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거리와 영들도 그리고 이 모든 집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 전체가 전보다 밝게 빛났으며 이런 것들이 엷고 투명한 막을 통해 보이는 듯하여 불안과 의심을 갖게 하였다. 그는 변두리에 있는 원시림으로 갈 작정으로 눈길을 돌렸다.
----- 어찌된 영문일까? 숲이 없다! 그는 방향 감각에 이상이 있나 하여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숲은 없었다. 그의 불안과 의심은 더욱 심해져서 가슴이 설레이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더욱 거리를 지나가는 다른 영을 불러 물었다. “원시림은 어데 있소? 나는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나에게 원시림이 있다는 방향을 가르쳐 주시오.”
그러자 그 영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원시림이란 도대체 무엇이오? 처음 들어보는 소리요........... ” 거리에 있던 많은 영이 모이자 처음에 질문을 받았던 영이 그들을 향해 물었다. “자네들 원시림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한 순간 술렁거렸다. 모든 영들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 영의 감응으로 곧 알 수가 있었다.
그의 불안은 더해갔다. 그는 불안의 밑바닥에서 생각했다.
----- 원시림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니, 도대체 이들은 무엇일까? 이 자들도 나와 같은 영일까? 아니 영이 아닐 것이다. 영이라면 원시림을 알 텐데....... . 그런데 이들은 영이 틀림없어. 이렇게 말이 통하고 있지 않는가?
그는 점점 더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아아 나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런데 이 때 이렇게 고통 속에 빠진 그에게 또 그 이상의 고통이 찾아왔다. 그는 너무나 눈이 부셔 견딜 수 없는 강렬한 빛을 느끼는 한편, 마음속에서 외쳤다.
------ 가슴이 죄인다! 숨이 끊어질 것 같다! 이러한 고통 속에 빠진 그의 눈은 주위에 있는 영들의 모습이 두 개 혹은 세 개로 찢기는 것을 보았다. 또 거리와 군중도 전부 엉망진창이 되어 그의 눈앞에서 맹렬한 속도로 빙빙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고통은 그만의 고통이 아니었다. 똑같은 고통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영 안에서도 일어났다. 그리고 차차 군중 전체에 파급되어 간 것이다.
이때의 상황을 멀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는 어느 영은 후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해 주었다.
----- 한 사람의 영이 발을 동동거리고 손을 뒤틀더니 고통을 참지 못해 땅바닥에 딩굴고 또 일어나서 미친 듯이 춤을 추었다. 그러자 그와 함께 있었던 영의 군중이 그와 같이 머리를 땅에 박고 발을 공중으로 올리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또 두 발을 땅에 딛고 서 있을 때에는 그와 같이 뒤 섞여서 미친 듯 춤을 추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곤 했다.
이 광경은 영계에서 수천 년의 생애를 지낸 나에겐 몹시 무서운 광경으로 보였는데 그 원인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이 기괴한 소동은 끝났다. 그리고 이 소동이 진정된 후에는 모든 영들은 평소와 같이 침착해져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이 때 자세히 보니 군중과는 다른 한 사람의 영은 보이지 않고 무한히 먼 저편에 한 장의 투명한 막이 드리워지고 그 막에는 구멍 하나가 뚫리어 있었다.
그런데 이 소동은 도대체 무엇일까? 막에 뚫린 구멍은 무엇인지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며, 그러한 기이한 광경은 그 이후 만 년이 지났어도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또 보고 싶지도 않다. 정말 기분 나쁜 일이었다.
질서가 완전히 확립되어 있는 영계에서는 이 영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내가 방금 말한 것과 같은 사건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영계에서도 몇 십만 년, 몇 백만 년 사이에 한두 번쯤은 이런 돌발 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이 사건은 한 사람의 영이 자기 세계로부터 다른 세계로 섞여 들어갔기 때문에 일어난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여기서 말한 한 사람의 영이란 중 세계(中 世界)에 사는 영인데, 그는 무슨 까닭에서인지 알 수 없으나 상 세계(上 世界)로 들어가 버리게 된 것이다. 천공에 드리워진 막에 구멍이 뚫린 것은 이 때문이다. 상, 중, 하의 3세계 안에서는 앞장에서 말한 바에 의해서 상상할 수 있겠지만 영류 중의 간접 영류는 각 세계별로 차이가 있고, 따라서 하나의 영이 간접 영류로부터 받은 영향에도 차이가 있게 된다.
간접 영류는 상 세계가 가장 많고 다음에는 중, 하 세계 차이로 적어진다. 그리고 상, 중, 하 3세계의 영은 모두 다 자기들이 속하는 세계의 간접 영류를 받아들이는 데는 적합할 정도로 밖에는 영의 마음의 창이 열려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 경우와 같이 중 세계의 영이 상 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그 곳의 간접 영류는 그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된다. 그가 받는 고통의 하나는 이것이며, 또 그에게 상 세계가 너무나도 지나치게 눈부신 세계로 비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세계로 영이 섞여 들어가게 되면 상, 중, 하의 3세계에서는 방위(方位)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 영 자신에게도 또 그 영과 상념을 교환한 영 안에서도 방위의 착란이라고 하는 혼란 형상이 생기게 된다. 이것은 참으로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줄 정도로 심한 것이며, 그들은 물체를 보는 시력이나 시계, 사물을 판단하는 지성도 혼란과 착란 속으로 말려들고 만다.
영이 다른 영의 세계로 들어가면 방위 감각에 착란이 일어나 자기는 물론 다른 영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영계의 태양이 갖는 이상한 성질 때문이다. 즉 영계의 태양은 상 세계에서는 항상 태양으로서 상 세계의 영들 눈에 비치고 있는데, 하 세계에서는 항상 빛이 약한 달이 되어 하 세계의 영들의 눈에 비친다. 그리고 태양은 상 세계의 영의 오른쪽 눈에 보이는데, 그 사이에는 30도 각도의 간격 차가 있기 때문에 두 세계에는 방위 기준이 차이가 생긴다.
또한 중 세계의 영에게는 태양은 영의 영적 상태 여하에 따라서 태양으로서 오른쪽 눈에 보이기도 하고, 달이 되어 왼쪽 눈에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변화의 바다”라는 항에서 기술한 대로이다. 이런 일이 있기 때문에 상, 중, 하 3세계의 사이에는 교통과 교류가 허락되지 않는다.
다른 세계와 교통은 허용되지 않으나 같은 세계의 다른 단체와는 교통과 교류가 자유롭게 행해지고 있다. 다만 이 경우도 영들은 다른 단체를 방문한다거나 다른 단체의 영과 교류할 때에는 자기 단체의 영과 교류할 때와 달리 잘 어울려지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정도는 각 단체의 성격의 차이 정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성격에 아주 심한 격차가 있는 단체에 다른 단체에 속해있는 영이 섞여 들어갔을 때에는 그 양편에게 심한 고통과 고민의 원인이 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런 때에는 그 영의 단체는 영 전체가 마치 하나의 영처럼 뭉쳐서 다른 단체의 영을 배척하고 쫓아내 버린다. 그때에는 그 단체의 영 전원이 중심령의 지휘 아래 단 한 사람의 몸처럼 집결된다. 그래서 그 한 사람의 영은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영의 봉우리 같은 거인의 모습이 되고, 그 발아래에서는 배척당한 영의 얼굴은 시커멓게 질려서 숨이 넘어가듯 몸을 뒤틀어 뒹굴면서 고민하는 광경이 나타난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자기의 본래 속해있는 단체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수백 수천의 벼락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전 영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영계의 지면에는 땅울림이 울려 퍼지고, 영계 안이 찌렁찌렁 울리면서 진동을 일으켰다. 영계의 지평선을 가르고 있는 산맥은 꼭대기로부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길게 뻗어나간 산맥은 그 한편의 끝에서부터 진동을 시작하여 차차 다른 쪽의 끝까지 파급되어 나간다. 산허리에 있는 거대한 바위도 산 아래로 굴러 내려가 산기슭에 있는 못이나 평지로 떨어졌다.
굉음과 진동, 땅울림은 차츰 더 심해져 갔다.
----- 영계라고 하는 세계가 단번에 허물어져 버리는 것이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뒤에 더욱 무서운 사태가 계속 되었다. 떨어진 거대한 바위 근처에서는 몇 십만 아니 몇 백만의 영들이 그 목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이 아닌가 생각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또 하늘을 향해 욕을 퍼부으며 발을 하늘로 향하고 머리는 땅을 향해 거꾸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거꾸로 떨어진 그들은 땅 속에 처박히고 땅이 그들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는 산들이 허물어져 가는 소리에 지지 않을 정도로 무섭게 요란했고, 그 으스스한 무서움은 산사태의 굉음보다도 더 켰다.
이 무서운 산사태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산들이 무너져 나간 뒤 그 근처에서는 한 사람의 영이 천천히 사라져 갔다. 그는 이 사태의 진행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곳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 사태는 전부 그가 혼자서 일으킨 것이었다. 그의 이 무서운 힘을 눈앞에서 보았다고 한다면 영은 단순한 정기(精氣)라든가 에테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천박한 생각을 틀림없이 단번에 날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영은 필요한 경우에는 이 정도의 무서운 힘을 과시하는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작은 개미 한 마리를 잡아 죽이 듯이 손쉽게 해 치운다.
영계의 그늘진 부분인 산이라든가 동굴이라든가 거대한 바위 밑이라든가 하는 곳에는 자주 흉령(凶靈)이라고 불리는 영이 무리를 이루어 정착하는 일이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부근에 있는 영의 단체는 이들을 격퇴하기 위해서 산사태를 일으키기도 하고 또 큰 바위를 떨어뜨리거나 혹은 가루로 만들어서 악령들을 쫓아 버린다. 지금의 무서운 사태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태도 오직 한 사람의 단체의 중심령(中心靈)만으로 해치울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방법은 두 눈에 기운을 집중시켜 산들이나 거대한 바위를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이 기운과 한번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산이 붕괴하고 진동하며, 거대한 바위는 산허리를 굴러 떨어져 가루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영계의 서쪽 지평선 위에 한 사람의 거인이 모습을 나타내는 적이 있다. 그는 동쪽 하늘의 태양과 대응하는 위치에 그 커다란 얼굴만을 나타낸다. 그러면 영계 안에 있는 모든 영은 숨을 죽이고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태를 지켜보려고 그를 응시한다. 거인은 드디어 커다란 팔을 영계 전체에 걸쳐 휘두르고 또 이마에서 강렬한 빛 같은 것을 내쏜다. 이 때에 영계는 산사태의 수천 배나 더 흔들리고 이곳저곳의 산들은 무너지고, 강이나 못도 매몰되며, 거목도 쓰러지고 강풍이 천지를 휩쓴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사태와 같이 그 수천의 흉령들은 무서운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땅 속으로 떨어져 간다. 이것이 영계 안을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이다.
선령(善靈)이 사는 영계에 대해서 흉령들은 항상 힘을 합해서 그 세계를 침식하고 어떻게 하든 붕괴시키려고 꾀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말한 것과 같은 두 가지 수단으로 영들은 대항한다. 그런데 그 근원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영계의 태양의 영류(靈流)인 것이다. 영계의 단체의 중심령이 그 두 눈으로 노려본 것만으로 산맥이 그럴싸하게 무너뜨려 버리고 마는 것은 그가 영류를 두 눈에 압축시켜 그것을 산맥을 향해 방사시키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그의 힘이라고 하기보다는 영류로부터 빌린 힘인 것이다. 그 증거로 그가 이 힘을 그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면 그는 힘을 완전히 잃고, 수 백 만의 흉령에도 대항할 수 있었던 그의 힘은 단 한 명의 흉령에도 대항하지 못하게 된다. 앞서 말한 거인도 실은 영계 안의 중심령이 모여 한 사람의 거인을 형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거인은 머리(그것은 이마에서 영류를 방사하기 위한 것)와 두 팔 밖에 없지만 머리도 두 팔도 각기 하나하나의 중심령이 긴밀하게 자기들의 몸을 이어 맞추어서 형성한 것이다. 이것을 서로 이어 맞추는 것도 또 두 팔을 휘두르는 것도 전부 영류의 작용이 그 근원이 되어 있다.
(계속, 다음은 영의 불가사의한 관념, 영계의 언어와 문자, 영계에서 만난 역사상의 인물.의 내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