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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三十六計(삼십육계) 倂戰計(병전계) 제27계 假痴不癲(가치부전)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8. 9. 5. 23:06

 

 

三十六計 倂戰計
第二十七計
 
假痴不癲(가치부전)
 
어리석은 척하되 미친 것은 아니다
 
 
어리석은 척하되 미친 것은 아니다. 이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재능이나 식견을 감추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품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계략이다. 이도 역사를 둘러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계략 중 하나이다.
 
원문의 풀이글은 다음과 같다.
 "일부러 어리석거나 딴전을 부리는 편이, 아는 척하거나 경거망동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조용히 계략을 가다듬고 실력을 기른다. 이는 우레가 가만히 때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寧僞作不知不僞,不僞作假知妄僞;靜不露機,雲雷屯也.]"
 
이에 대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방연의 시기에 대해 손빈이 미친척을 해서 제나라로 갔고, 패왕 항우 앞에서 유방이 어리석은 체하다가 뒤통수를 쳤으며, 조조의 서슬퍼런 태도 앞에서 유비가 어리석은 체하여 조조에게서 도망쳤다. 또한 우리역사에서는 흥선대원군이 정적들의 경계를 풀기 위해 어리석은 짓을 하고 다니기도 하였다.
 
 
흔히 많이 알려진 三國志演義의 예를 보기로 하자. 삼국지연의 제21회 '靑梅煮酒(청매자주)'에 소개되는 유비의 이야기이다.
 
당시 유비는 조조와 함께 여포를 치고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던 와중에 동승을 중심으로 하는 조조토벌 모의에 가담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후원으로 나가 채소를 심고 손수 물을 주며 가꾸었다. 관우와 장비가 이에 한탄한다.
 "형님께서는 천하대사는 생각지 않으시고 小人들의 일이나 배워 무엇하시려는 것이옵니까?"
 "그것은 너희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관우와 장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조조가 현덕을 불렀다. 현덕이 상부로 올라가 조조를 뵙자 조조가 웃으며 말했다.
 "집에서 큰일을 하고 계신다지요?"
현덕은 크게 놀라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동승과의 모의가 들킨 것은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조조가 현덕의 손을 잡고 후원으로 나오며 말했다.
 "채마밭을 가꾸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닐테지요."
현덕은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저 심심풀이로 하는 것뿐이옵니다."
 
조조는 매실이 잘 익어 현덕과 한 잔 하고 싶어 불렀다며, 정자로 안내했다. 한 동이 술을 데워 두 사람이 마주앉아 유쾌하게 마셨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 오를 때였다. 갑자기 비구름이 몰려들며 곧 소나기라도 내릴 기세였다. 저 멀리 龍掛(용괘)가 생겨났다. 조조가 말했다.
 "사군은 龍이 어떻게 변하는지 아시오?"
 "잘 모르옵니다."
 "용은 제 몸을 크게 할수도 있고, 작게 할수도 있으며, 하늘로 올라갈 수도 있고, 숨어들 수도 있다고 하오. 커지면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토하지만, 작아지면 비늘도 감추고 형태조차 나타나지 않으며, 올라가면 우주 속을 날아다니지만 숨어들면 파도 속에 엎드려 때를 기다린다고 하는데, 지금은 바야흐로 깊은 봄이라 용이 변하고 있는 중이오. 사람도 뜻을 이루면 천하를 주름잡으니, 세상의 영웅들도 용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오. 현덕은 오랫동안 사방을 편력하였으니 지금 세상의 영웅이 누구인지 분명히 아실게요. 누구누구인지 어디 한 번 말씀해 보시오."
 
이에 유비는 원술, 원소, 유표, 손책, 유장, 장수, 장로, 한수 등의 이름을 차례로 언급하나 조조는 이를 일축한다.
 "대저 영웅이란 가슴에 큰 뜻을 품고, 뱃속에 좋은 계책이 있으며, 우주의 기미를 싸 감추고, 천지의 뜻을 삼키거나 뱉는 사람이오."
 "누가 그런 사람이옵니까?"
 "지금 천하의 영웅은 사군(당신)과 이 조조 뿐이외다."
 
현덕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그때 마친 비가 쏟아지며 천둥소리가 크게 일었다. 현덕은 젓가락을 주우며 말했다.
 "웬 천둥이 이리 대단하담."
 "장부도 천둥을 무서워 하시오?"
 "공자께서도 '빠른 천둥과 맹렬한 바람이 일면 반드시 안색이 변하셨다' 했는데 어찌 무섭지 않겠사옵니까?"
 
현덕은 조조의 말에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린 일을 가볍게 얼버무려 넘겼다. 조조는 현덕의 그릇이 작은 것을 알고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이때, 관우와 장비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유비가 조조에게 불려갔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다.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전략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 영웅을 논하다'.
 
 
이내 술자리가 파하고, 유비 일행은 관사로 돌아왔다. 현덕은 관우와 장비에게 젓가락 떨어뜨린 일을 얘기해 주었다. 관우가 물었다.
 "무슨 뜻이옵니까?"
 "내가 채소를 가꾼 것은, 조조가 나의 그러한 행동을 보고 큰뜻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믿게 하려는 속셈이었는데, 뜻밖에 조조가 나를 영웅이라고 하는 바람에 크게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린 것이다. 또한 다시 조조의 의심을 살까봐 천둥을 핑계로 얼버무렸던 것이다."
관우와 장비가 말했다.
 "형님은 참으로 내다보시는 눈이 높사옵니다."
 
 
여기에서 유비는 두 번의 '가치부전'을 행한다. 먼저, 채소를 가꾸며 자신에게 웅지가 없음을 가장한 것이요, 둘째 자신의 속내를 들킨듯 하자 천둥을 핑계삼아 담이 작은 사내로 보이게 한 것이다.
 
 

 

 

 

차나왕 요시츠네에 소개된 '가치부전'.
손자병법이라고 하다가 바꾼건 좋은데, 이제는 또 왠 송나라 병법서냐고...- -;
 
 
 
*. '가치부전'의 의미에 대한 해석에 '어리석은 척하되 미친척하지 말라'고 되어있는 자료도 있으나, '가치부전'의 본질상, 어리석은 척하거나 미친척하거나 상대방의 경계를 푸는 점에서 별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생각되므로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출처 : 인간의 탈을 쓴 늑대(人狼)
글쓴이 : 푸른늑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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