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 꽃이 피게 한다. 뭔가 간략하지만, 원뜻은 '꽃이 없는 나무 위에 꽃이 핀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서 '없으면서도 있는척' 하는 것이다.
원문의 풀이글은 다음과 같다.
"형세에 따라 위세를 떨치면, 작은 세력이라도 크게 보일 수 있다. 기러기가 하늘을 날며, 날개를 활짝 펴면 위풍당당하지 않은가.[借局布勢,力小勢大.鴻漸於陸,其羽可用爲儀也.]"
보통 병법들이 '있으면서도 없는척'을 강조한 것과는 대조된다. 손자병법 등의 병법서에서는 일관적으로 '우리측이 유리해도 열세하게 보이게 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상대방의 방심을 이끌어 내서 승리를 취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없으면서도 있는척' 이라는 것은 우세한 상대방의 경계를 이끌어 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판단을 주저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병전계가 아닌 패전계에 들어가야 하지 않는가 싶다.
어쨌거나 사례를 살펴보자. 三國志演義 제41회~제42회의 이야기이다. 이때 유비는 형주에 있다가 조조의 군세에 쫓겨 동오로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백성들이 뒤를 따른데다가, 병사도 적어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 신세였다. 또한 조조군의 추격 속에 유비의 식솔들과 장수들도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장비는 유비군의 후위를 맡아 長坂橋(장판교)에 버티고 섰다. 그의 휘하에 있는 병사는 기병 20여명뿐이었다. 장비는 다리 일대에 숲이 우거져 있는 것을 보고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냈다. 병사들에게 나뭇가지를 잘라 말꼬리에 매달고 숲속을 달리게 하면서 흙먼지를 일으키게 했다. 그로 인해 복병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장팔사모를 비껴 든 채 다리 위에 멈춰서서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빙이 이끄는 조조군이 장판교 어귀에 다다랐다. 장비가 호랑이 수염을 곧추세우고 고리눈을 부릅뜬채 장팔사모를 뻗쳐들고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노려보고 있었다. 또한 다리 건너편 숲속에서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 복병이 있지 않을까 의심되었다. 이에 문빙은 감히 접근하지 못하였다.
잠시후 조인, 이전, 하후돈, 하후연, 악진, 장료, 장합, 허저 등의 장수들이 모두 도착했다. 이들은 모두 장비가 다리 위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제갈량의 계책이 아닌가 싶어 감히 접근하지 못하였다. 이에 조조가 보고를 받고는 앞으로 달려나왔다.
이를 보고 장비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내가 바로 燕人 張翼德(연인 장익덕)이다! 어느 누가 나와 한 판 겨뤄 보겠느냐!"
목소리가 마치 천둥을 치는 듯했다. 그 소리를 듣는 조조의 군사들은 모두 겁에 질렸다. 조조가 급히 좌우를 돌아보고 말했다.
"전에 운장에게 들으니, 익덕은 백만대군에 둘러싸여 있는 上將의 목을 식은 죽 먹듯이 벨 수 있다고 하였다. 오늘 만났으니 가벼이 대적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장비가 또다시 외쳤다.
"싸우나 하면, 싸우지도 않고, 물러가나 하면 물러가지도 않으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장비의 고함소리에 조조의 옆에 있던 하후걸이 놀라 말에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조조군의 모든 병사와 장수들이 일제히 달아났다. 사람은 썰물처럼 빠지고 말들은 산사태가 무너지는 듯 서로가 밟고 밟히었다.
장비의 위용과 숲속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복병 때문에 조조군은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복병이 있는 것처럼 보여 조조로 하여금 판단을 유보하게 하고, 나아가 판단을 그르치게 한 것이 바로 장비의 '수상개화'였던 것이다.
이후 장비는 장판교를 끊고 유비에게 달려가 자신이 한 일을 얘기했다. 유비가 말했다.
"나의 아우가 용감하긴 했지만, 잘못 생각한 것이 애석하다."
장비가 까닭을 묻자, 유비가 대답했다.
"조조는 지략이 뛰어난 사람이다. 네가 다리를 끊지 않았다면 그는 매복이 있지 않을까 하여 감히 전진하지 못했겠지만 이제 다리를 끊었으니, 그들은 우리가 겁을 먹고 있고 군사도 없다고 생각하여 반드시 추격해 올 것이다."
출처 : 인간의 탈을 쓴 늑대(人狼)
글쓴이 : 푸른늑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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