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시·수필

가울을 알게 하소서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6. 11. 6. 17:44
모든 이들이 가을을 앓게 하소서.

 

세상 모든 이들이

가을을 앓게 하소서

 

육신의 늑골어디쯤 가을이 스며들어

아프게 살아온 날들의 상처가 덧나게 하소서

별 하나, 낙엽 둘 낮게 모여 앉아

아름답고 빛나는 시어들로

그 상처들을 치유하게 하소서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한탄하는 반딧불이와

사는 일이 너무 팍팍하다는 귀뚜라미들이

초가을 새벽 내린 이슬에 가슴을 씻고

붉은 단풍나무 숲 어디쯤서

시린 사랑 한 줄 엮어가게 하소서

 

이 땅의 한숨들이 아침 안개로 피어오르더라도

맑은 가을 햇빛으로 씻어주시고

미움과 증오로 자란 들판의 무성한 잡초까지도

사랑으로 거두어 주시어

이 가을, 껴안고 뒹구는 것들로 가득하게 하소서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이에

한 치의 거리도 없게 하여

오늘 가슴이 아픈 자들도 내일이면

씻은 듯 낫게 하여 주소서

 

푸른 잎새들과 들판의 야생화들이

한 줄 시에 홀려 정처없이 길을 나선 오늘

나뭇잎들은 한 잔 술에 불콰하고

야생화들은 사랑의 밀어에 가슴을 열었습니다.

익어가면서 고개 숙이는 들판 저쪽

인간의 마을에선 하나둘 등불이 켜집니다.

 

밤새 가을을 앓느라 잠을 못이루는 소녀가

귀뚜라미처럼 시를 읽는 저녁

밤새 흐르는 강물 위로 근심들이 씻겨내려가

 

이 가을,

차고 넘치는 것들로 가득하게 하소서..

'아름다운 삶 > 시·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씻는 글  (0) 2006.11.06
돌아가고 싶은 날의 풍경~  (0) 2006.11.06
항아리 깊은 사랑  (0) 2006.11.06
행복을 품고서  (0) 2006.11.06
그 한마디  (0) 2006.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