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성공한 사람들

민영환과 양죽기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6. 11. 9. 19:10
養竹記(양죽기)

        



민영환이 자결하고 8개월이 지나자, 피묻은 옷을 간직한 방에서 청죽이 솟아올라 인심이 술렁이자 일제 날조.
민영환 어른이 자결한 후 피묻은 옷을 간직했던 마루에서 대나무가 솟아 올랐다. 김은호 화백, 김우현 목사 등 청죽을 목격한 분들이 많았다.
민영환의 피를 먹고 대나무가 솟아났다는 이른바 혈죽 사건은 당시 언론에도 보도되어 화제가 되었다.
1906년 7월 5일자 대한 매일신보(현 대한매일)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공의 집에 푸른 대나무가 자라났다. 생시에 입고 있었던 옷을 걸어두었던 협방 아래서 푸른 대나무가 홀연히 자라난 것이라 한다. 이 대나무는 선죽과 같은 것이니 기이하다'


신문 보도대로 민영환이 순국한 지 8개월 후, 피묻은 옷을 간직했던 방에서 청죽이 솟아올랐다.
대나무의 45개의 입사귀는 순국할 때의 나이와 같은 숫자여서 더욱 신기하게 여겨졌다.
혈죽으로 인해 조선 사회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황한 일제는 혈죽이 조작된 것처럼 만들고자 했다.
그들은 대나무가 뿌리를 통해 번식한다는 점을 주목, 집주변에 대나무가 있는지 면밀히 조사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대나무는 찾지 못했다.
마루를 뜯어 내고 주위를 파내며 다른 대나무가 뿌리를 뻗어서 솟아난 것은 아닌가 확인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민영환의 손자 민병진씨는


"일제는 혈죽의 조작 증거를 잡지 못하자 대나무를 뽑았는데 쑥 뽑혔다고 한다. 만약 뿌리를 통해 번식했다면 대나무가 뽑혀 나올 리 없다"

 

고 말했다.
잊혀졌던 혈죽이 다시 세상에 얼굴을 내민것은 광복 이후, 일제가 뽑아버린 대나무를 고이 수습한 충정공의 부인 박수영 씨에 의해서다.
박씨는 자줏빛 보자기로 대나무를 싸고 폭 8센티 길이 50 센티 정도의 나무 상자 속에 넣어 보관 했다.
고이 간직해온 혈죽은 유족들이 1962년 고려대 박물관에 기증, 옮겨지게 됐다.

 

 

 

 

 

백거이 "養竹記(양죽기)"


대나무는 현명한 사람과 비슷하다.

왜 그런가?

대나무 뿌리는 단단하여,

단단함으로써 덕을 세우고 있다.

군자는 그 근본을 보면

곧 잘 서서 뽑히지 않음을 생각한다.

대나무의 성질은 곧아서

곧음으로써 자신의 몸을 서게 한다.

군자는 그 성질을 보면

곧 의지하지 않고 중립을 생각한다.

대나무 속은 비어서,

비어 있음으로써 도를 체득하고 있다.

군자는 그 속을 보면

곧 마음을 비우고 남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생각한다.

대나무 마디는 곧아서,

곧음으로써 뜻을 세우고 있다.

군자는 그 절개를 보면

곧 행실을 부지런히 갈고 닦아서

고락에서 한결같다.

이러하기 때문에

군자들이

이것을 많이 심어

정원수로 삼고있는 것이다.

정원 19년 봄에

발췌과에 급제하여

교서랑 벼슬이 제수되었다.

처음 장안에 와서

빌려 살 곳을 구하다가

상락리의 옛날 관상국의

사저 동쪽 정자에 거처하게 되었다.

다음날

정자의 동남쪽 모퉁이로 산책을 나갔다가

거기에 대나무 숲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가지와 잎사귀가 말라죽어

볼품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관씨의 늙은 하인에게 물어보니

대답하였다.

"이것들은 관상국께서 손수 심었던 것입니다.

관상국께서 돌아가신 뒤에

다른 사람이 빌려 살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광주리를 만드는 자들이 베어가기도 하고

빗자루를 만드는 자들이 잘라가기도 하여,

잘리고 난 나머지 대나무들이

길게 자란 것도 없고

그 수도 백이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뭇 풀과 나무들이

그 속에 섞여 생겨나

무성해졌으므로

대나무를 없애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나는 이것들이 일찍이 훌륭한 분의 손을 거쳤지만,

천하고 속된 사람들의 눈에 띄어

이처럼 잘려지고 버려지게 되었으나,

그 본성만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음이 애석하였다.

이에 무성한 초목은 잘라내고

대나무 사이를 솎아내고

그 아래 흙을 북돋아 주니,

하루가 다 가기 전에 일을 마쳤다.

이렇게 하여 해가 뜨면

맑은 그늘이 생기고

바람이 불어오면 맑은 소리가 들린다.

날로 자라고 날로 즐거워하여,

마치 감정이 있어 은덕에 감사하고 있는 듯하였다.

 

 

아아!!

대나무는 식물이니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으리오만,

대나무가 현명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심고 북돋아 주고 있으니,

하물며 진짜 현명한 사람에 있어서랴?

그러니 초목에 있어 대나무는

마치 보통 사람에 있어 현명한 사람과 같은 것이다.

 

 

아아!!

대나무는 스스로 기이함을 나타낼 수가 없으나

오직 사람들이 그것을 기이하게 대해 주는 것이고,

현명한 사람도 스스로 기이함을 나타낼 수 없으나

오직 현자를 쓰는 사람이 기이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양죽기>를 지어

정자의 벽에 써 놓아

뒤에 여기에 살게 될 사람에게 남겨주고,

또 그럼으로써 지금의 현명한 사람을 등용해야 할 사람들에게도

이 뜻이 전해지도록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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