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리즈2)
윤봉길 의사의 유서
< 강보에 싸인 두 아들 모순과 담에게 >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의 술을 부어놓아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어머니의 교양으로 성공자를
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맹자가 있고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희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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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2
1966년 겨울 강선재가 고등학생시절 이제 초등학교 2학년짜리 동생과
만리동 고개를 올라오고 있었다. 매서운 겨울 날씨에 발도 몹시
시리고 귀가 떨어져 나갈 것같이 춥다. 당시만 해도 서울역 뒤쪽
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화물들이 산더미 같았고 그 화물들을
바퀴가 큰 마차에 실어 사람이 직접 끌었다. 서울역 뒤에서 마포로
넘어가는 만리동 고개를 힘겹게 오르는 마차 한 대를 보았다.
60살도 더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힘에 부쳐서 필사적으로 끌고 있다
비탈에서 탄력을 놓치면 도리어 거꾸로 구르기 시작하면 정말감당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선재형제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구루마 뒤로 붙어 밀기 시작 했다. 콩 가마니였다.
동생은 밀면서도 콩가마니 사이에 흘러있는 콩 낱알들을 주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선제는
“배고프다고 남의 물건을 훔치면 못 쓴다”
“에이 기왕 버리는 건데 뭐 이거 집에 가서 볶아 먹을 거야 ”
그 때만 해도 가난하여 점심을 굶는 집이 허다했고
구세군에서는 미국에서 원조 받은 강냉이가루로
죽을 끓여 무료로 배식 했고 정부에서도 미국에서 원조하는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어려운 서민들에게 아주 싼 값에
점심으로 배식을 해 주기도 했다. 지게꾼. 넝마주이. 구두닦이.
마차짐꾼등 도시의 서민들이 주로 이곳에서 주린 배를 채웠다.
또 서울역 뒤 중림동 춘양이 고개를 넘다보면 속칭 꿀꿀이죽을 판다.
미군부대에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대충 골라내고어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끓여서 아주 싼값에 파는 것이다.
먹다가 보면 껌종이. 담배꽁초가 나오기도 하는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그냥 골라내고 먹는다.
선재의 집도 선재가 새벽 4시에 일어나 100m나 늘어선 구세군 앞에서
덜 덜 떨어가며 줄을 섰다가 타온 강냉이 죽으로 배를 채운 터라 항상
배가 고프다. 그래서 선재는 아직 고등학생 이지만 철학 지를 즐겨 읽었다.
왜 이 세상이 이지경인가에 대한 내용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차가 만리동 꼭대기에 이르자 멈추어 섰다. 그리고 짐꾼 할아버지는
“너희들 아니었으면 올라오지도 못 할 뻔 했구나 너희들 이리오라
여기 붕어빵 한 개씩 먹고 가거라!“ 하신다.
길가에 작은 리어카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이
“날 잡아 잡수”
하며 나란히 누어있다. 침이 꿀꺽 넘어간다.
동생은 큰소리로 “네!”한다.
선재는 그런 동생의 손목을 거세게 잡아끌면서
“아니에요 저희는 됐어요!
하고 고기 비즐 같은 눈이 필필 날리기 시작하는 을씨년스러운
만리동 공덕동 길로 내려간다. 사실 가난에 찌들어 온 얼굴에
주름살투성이 그 할아버지 주머니에 붕어빵 살돈이 없어 보였다.
동생은 눈물까지 글썽 글썽 하면서
“왜 그래? 형은 정말 바보야 ? ” 오랜만에 붕어빵 먹을 기회를
놓치게 한 형이 너무 너무 원망스러운가 보다.
선재가 그렇게 한 것은 남을 도와주고 대가를 받는 것은 돕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육이오 사변 때 전투를 하다가
부상을 입은 상이군인들이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 하며 정부에 강력한 시위를 하거나
사회 곳곳에서 행패를 부리는 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선재는 어린 나이인데도 많은 생각을 했다.
조국을 위해 몸 바쳐 전투를 한 것은 위대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한 보상을 저렇게 심하게 요구하는 것은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 했다. 오히려
자신이 몸 바쳐 이룬 숭고한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라 생각 했다.
그들에 대한 보상은 국가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해 주는 것이지
본인이 해 달라고 주장 할 것은 아닌 것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의 위기에 대하여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가를 위해 일 한 모든 사람들이 그 대가를 요구 하여 국가가 모두
배상 한다면 국가재정은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라 생각했다.
보상 없이 조국위해 희생된 이름 모를 수많은 애국선열 덕택에
그 나라의 후손들이 자손 대대 번영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국가의 참다운 유공자는 내 조국 후손들의 영원한 번영을 위하는 것
오직 그것만을 위하여 이 한 목숨 명예롭게 바치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된 자에게는 의무와 권리가 있다면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어떤 형태로든 도와주는 것이다
만일 남의 어려움을 보고도 모르는 체 하는 것은
만물의 영장 인간이기를 포기 하는 행위다고 생각하는 터였다.
그리고 도와 준 대가를 받는다면 도와 준 것이 아니요
거래를 한 것이 된다.
거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숭고한 德行(덕행)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이라 생각 했던 터였다.
그러나 동생에게 이 긴 이야기를 해 주기에는 동생이 너무 어리다.
“붕어빵 하나 받아먹으면 우리가 할아버지를 도운 것이
붕어빵 한 개의 가치가 되지만 아무것도 안 받으면
그 가치는 영원하지 않겠니? “
쉽게 설명 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말이 되어 버렸다.
동생은 도무지 못 알아듣겠다는 하루 종일 불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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