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서얼 출신으로 교서관 교리를 지낸 성대중(成大中, 1732 ~ 1809)이 편찬한 《청성잡기(靑城雜記)》 〈성언(醒言)〉에 실려 있는 우언(寓言)이다. 꾀꼬리와 비둘기 그리고 무수리, 이렇게 세 종류의 새가 목소리를 경쟁하여 무수리가 이겼다는 소재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흥미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불 보듯 뻔한 경쟁이 뇌물에 따라 전혀 엉뚱하게 전개된다는 데 있다. 이들 목소리의 우열은 굳이 따질 것이 못된다. 너무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도록 꾀꼬리가 월등하게 낫고, 다음에는 비둘기며, 무수리는 비교의 대상에도 끼이지 못할 정도로 나쁘다. 인간의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그런데 뇌물의 힘은 그러한 상식적 평가조차 무너뜨린다. 배고픈 황새에게 뱀을 물어다 준 결과 꾀꼬리의 구슬이 구르는 듯한 높고 고운 목소리는 구슬픈 소리로 전락하고, 비둘기의 낮은 소리는 음탕한 소리로 전락하는 반면, 무수리의 탁한 외마디 소리는 웅장한 소리로 탈바꿈한다.
새들에게 일어난 이 우언은, 누구나 짐작하듯이 바로 인간사회의 문제로 읽게 된다. 인간사 곳곳에 이런 평가행위는 언제나 일어난다. 모든 시험제도가 공정한 평가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실상은 그렇게 공정하지 못하다.
18세기의 문란했던 과거제도와 관리의 고과제도가 이러한 우언을 창작하게 된 뒷배경이 되었으리라. 이 기사에는 “인물을 판단하는 감식안이 없는 시험관이 이 글을 읽었다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지 않을 수 있으랴?”라는 미평(眉評)이 달려 있으니 이 평을 한 사람은 동시대의 문제를 잘 풍자한 우언으로 읽은 셈이다.
과거장 풍경_18세기_작자미상 ▶▷
이 우언은 문학적으로도 아주 빼어나다. 각각의 새의 행동과 성격이 아주 잘 묘사되었다. 새의 특징뿐만 아니라 그것이 보여주는 인간 사회의 세부적 행동특징까지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음미할 만한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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