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옛글 모음

하늘이 뭘 아느냐 말하지 말라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09. 2. 20. 13:26

고전명구 048                  (2009. 2. 12. 목)

하늘이 뭘 아느냐 말하지 말라

악한 생각 한 가지도 하늘이 반드시 아니,
하늘이 뭘 아느냐 말하지 말라.


一念之惡天必識 毋或曰天奚以識
일념지악천필식 무혹왈천해이식

- 황윤석(黃胤錫), <스스로를 반성하며 지은 잠[自省箴]>, 《이재유고》

해설


위 글은 조선 후기 학자 황윤석(黃胤錫 1729 ~ 1791)의 문집 《이재유고》에 실린 자성잠(自省箴)의 일부입니다.

저자는 이 잠(箴)의 서(序)에서 “나쁜 줄을 알면서도 저지르는 자가 사람인가? 아니다. 고쳐야 하는 줄 알면서도 그리 하지 못하는 자가 사람인가? 아니다. 사람이면서 사람 같지 않은 자는 죽어도 편치 못할 것이요, 사람이면서 사람 노릇 못하는 자가 산들 뭐하겠는가?”라고 하여, 사람이 사는 목적은 사람 노릇을 하는 데 있다고 보며,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를 기준으로 사람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어  “인간이 몰래 하는 말도 하늘은 천둥소리처럼 들으니, 저 높이서 뭘 아느냐 여기지 말고 오직 삼가라. 캄캄한 방에서 마음 속이는 것도 신은 번개처럼 보니, 아무것도 모른다 말하지 말고 밝게 임해 있음을 두려워하라.[人間私語 天聽若雷 毋曰高高 而惟愼哉 暗室欺心 神目如電 毋曰冥冥 而畏其顯]”라고 잠(箴)을 짓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의문을 품어 봅니다. ‘하늘은 정말 인간이 몰래 하는 말도 천둥소리 듣듯 듣는가? 신은 정말 캄캄한 방에서 마음 속이는 것도 번개처럼 환히 보는가? 「하늘이 착한 사람에겐 복을 주고 악한 사람에겐 벌을 준다.」는 단순명료한 공식이 과연 세상에 통하는가?’ 참 알기 어려운 것이 하늘의 뜻입니다.

영국 런던 시내버스에서 시작된 무신론자들의 광고와 그것에 대응하는 유신론자들의 광고가 확산되고 있다 합니다. 무신론자들은 “신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걱정은 그만하고 인생을 즐겨라.”라는 문구를, 유신론자들은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라는 문구를 적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문구는 어떨지요?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천명(天命)을 기다려라.[盡人事待天命]”

옮긴이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