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영의 세상사는 이야기- 사표를 쓰자.(4월 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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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를 쓰자.
수십 년을 빈틈없이 반복되는 쳇바퀴를 돌아야 하는 월급쟁이들은
늘 마음 한켠에 자유로운 새, 머물지 않는 바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거북이가 등껍질 속에 숨듯 한 번사는 소중한 인생을
직장이라는 단단한 보호막에만 의지하고자 한다.
다양하고 생동감 있는 도전을 두려워하고 불만족스러워 하면서도
단조롭고 따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거북이는 위기가 찾아오면 등껍질 속으로 몸을 숨기고
어떠한 공격이나 변화에도 안전하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등껍질 속에 들어가는 순간 세상과의 소통은 단절된다.
천적 독수리가 바로 옆에 있는지, 거대한 바위가 자신을 덮치는지,
누군가 통째로 들고 가서 끓는 물에 넣으려 하고 있는지
도대체 자신에게 어떤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벽은 소통을 막고, 불통은 바로 스스로를 위기에 가두는 것이다.
그러나 표범은 다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털색을 바꾼다.
사냥을 쉽게 할 수 있고 또 천적을 피하는 데도 능하다.
세상과 소통하며 외부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에 위기를
재빨리 감지하고 피할 수 있다. 목적한 것은 손쉽게 달성한다.
거북이와 표범은 마치 농경민과 유목민의 삶을 연상케 한다.
농경민은 한곳에 정착하여 땅, 집 등 재산을 소유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노동은 주도면밀하게 분류되어 있고
정해져 있으며 관리되고 조직된다.
자신의 부를 지키기 위해 담과 둑을 쌓고 그 속에 안주하려 한다.
그러나 유목민들은 씨를 뿌리지도 땅을 경작하지도 않으며
발빠른 이동을 위해 가축과 천막 외에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유목민은 부나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 일하지는 않는다.
막막한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종, 종교도 따지지 않으며
재산보다는 경험과 지식, 인간관계 같은 비물질적 가치들을 더욱
높이 평가한다. 노동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직장이 아니라 무엇을
스스로 하는가이며 모든 것이 자유롭기에 내적인 거부감도 없고
외적인 자극도 필요치 않다. 생산성은 노동시간으로 따지지 않고
행복감으로 평가한다. 유목민은 경계와 벽을 허물며 세상을 누빈다.
단 하루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닦는 자 흥한다.’는 말이 있듯이
거북이나 농경민의 보호막 속 안주보다는 표범이나 유목민의 끊임없는
변화와 이동이 때로는 삶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듯도 하다.
대부분 월급쟁이들이 자유를 원하고 늘 퇴직을 꿈꾸지만
선뜻 실천에 옮기지는 못한다. 현실은 직장이 있어야 안정적이고
평온한 삶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뭔가 새로운 각오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의 편한 생활습성을 즐기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한번사는 인생,
늘 수십년이 하루같은 무미건조한 삶을 살 수는 없지 않는가?
뭔가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한다면 비장한 각오로 사표쓰는 연습을
해 보았으면 한다. ‘직장이라는 보호막에서 벗어났을 경우 나의 삶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벼랑끝에서 깊이 숙고해 보았으면 한다.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살펴보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의 상실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회사를 그만두면 살아갈 길이 막막해 보이고 죽을 것만 같다.
그러나 실직자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로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직장이 없어도 5~60년대 중산층보다는 더 윤택한 생활을 한다.
내가 예전 다니던 직장도 70%이상이 두려워하며 어쩔 수 없이
퇴직을 했지만 단 한명도 아직 굶어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정말 두려운 것은 직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잃는 것이다.
죽으면 금방 썩어 흙이 되고 물이 될 육신인데 무엇이 무섭고
무엇이 아까우며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병들거나 나이가 들어
운신할 수 없게 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일이다.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라. 건강한 신체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요, 감사해야 한다.
한때 서울 종로 삼일빌딩 주인이었고 특수강분야에서 세계 제패를
꿈꿨던 삼미그룹 김현철회장은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좌절했고, 이후 그룹이 부도나고 전 재산을 은행에 차압당했다.
아이가 셋인데 살아갈 길이 막연했다고 한다.
최고의 재력가가 졸지에 무일푼 알거지가 되었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직장암 선고까지 받아 최악의 나락까지 갔다가 선교사로 재기에 성공한 그는
‘삼미그룹 회장 때와 선교사로 일하는 지금 어느 쪽이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15년 회장 하면서 행복했던 건 우리가 세계 1위를 할 수 있다는 꿈을 꾼
잠깐뿐이었어요. 나머진 스트레스와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선교사가 되고 나니 반대예요. 모든 걸 내려놓자 늘 행복해졌어요.
비록 아버님이 이룬 삼미그룹을 지키지 못했지만 그마저 이젠 내려놨어요.
회사는 사라진 게 아니니까요. 꼭 내가 해야 한다는 욕심만 빼면 말이에요.”
김회장께서 겪었던 좌절과 고통에 비하면 퇴사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전에 음지가 오후에는 양지로 되는 법이다. 직장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사표를 써 보고 자신을 정리할 시간을 가져 본 사람은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게 되고 더 이상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자 하지 않는다.
설혹 다시 그 직장에 그대로 남게 되더라도 좀 더 전문적인 프로 근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을 것이고, 자신이 진실로 원했던
다른 일을 찾아 떠난다면 더 이상 따분한 삶은 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회사를 그만 둘 때만 사표를 쓰지 말고 뭔가 변화된 삶을 살고 싶다면
사표를 한 장 써 보았으면 한다.
냉정하게 자신의 좌표를 파악하고 넓은 안목, 새로운 도전으로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았으면 한다.
거북이나 농경민의 보호막도 필요한 것이지만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안주하며 도태되고 있다면
표범의 야성과 유목민의 민첩함을 깨우쳐 가야 한다.
각성의 사표로 어제와 다른 나로 단련하며
다양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설계해 보았으면 한다.
<수필가 황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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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러분...
나이가 들면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자신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편안함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의 차이점은?
수요일, 정답을 만들어 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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