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 온 사진"
상엿소리
죽음이 무엇인지...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던 예닐곱살 시절.
간간히 동네 사람들이 죽으면 하얀 꽃이 가득 달린 상여를 여럿이 둘러매고
상엿소리란 것을 하며 들을 지나 산으로 산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어린 눈에 꽃상여가 그리도 예뻐 보였는지. 어린 나는 꽃상여에 매료되어 상엿소리를 따라 들길을 산길을
하염없이 따라 걷다가 길을 잃은 적도 있었다 한다.
동네에서 어느 집에 초상이 나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다.
큰 가마솥 안에서는 팥죽이 보글보글 끓어 오르고 동네 젊은 아낙들은 상가집 일손을 돕느라 분주했다.
초상 집에 가서 잔잔한 일 손을 거들며 모두 내일 처럼 함께 품앗이를 했는데 집집마다에서 물동이 가득 쑤어 온 팥죽을 문상객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다.
동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체 잔치집 마냥 시끄럽게 떠들며 밤 늦게까지 뛰어다녔고
밤이 으슥해지면 마당 한가운데 모닥불을 지피고 동네 건장한 남자들 몇몇이 빈 상여를 매고
고인이 살던 집에서의 마지막 의식이 치뤄진다.
상여 머리를 잡은 상두꾼이 상여가를 선창하면 상여를 맨 여러 장정들은 후렴을 한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다 시피하고 아침을 맞이하면
고인을 보내는 가족들의 서러운 마음을 담은 곡哭으로 마지막 인사 의식이 시작된다.
빈 상여가 아닌 고인을 모신 상여를 맨 상여꾼들은 전날 밤과 같이 마당을 한바퀴 돌아서 마지막 길을 떠나는 고인에게 가족과 마지막 이별을 할 시간을 준다.
만사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하얀색. 붉은색.파랑색.노랑색.울긋불긋 수많은 만사를 휘날리며 만사 잡이가 상여가 가야 하는 앞 길을 열어 준다.
만사 깃발 수가 많을 수록 그 사람의 생전 명예와 부의 척도를 알아 볼 수 있었다니
요즘 장례식장 앞의 화환의 수가 많고 적음으로 고인의 명예와 부의 척도를 가늠하 듯
그런 풍습의 일종이 아닌가 싶다.
하얀 종이꽃으로 장식되었던 상여가 언제부터인지 화려한 꽃상여로 변해 있는걸 보았다.
중학생 시절 어머니께서 돌아 가시고 앞마당에 화려하고 예쁜 꽃상여가 놓여 있었지만
어릴적 철없을 때 보았던 하얀 꽃 상여 만큼 예쁘지 않았다.
상엿소리가 그렇게 서럽고 서러운 것이었는지
그 때 죽음이란 것을 조금은 알았을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때도 죽음이란 것을 잘 몰랐다.
그저 엄마가 돌아 가셔서 슬픈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영악해서 더 어린 나이에도 세상일을 잘 안다.
하지만 예전 그 시절엔 왜 그렇게도 어수룩 했는지...그러고 보면 아마 난 철이 늦게 든 것 같다.
학창시절. 등.하굣길 냇가 주변 조금 외진 곳에 상여막이란게 있었다.
호기심 많은 우리들은 상여막에 가까이 가 보지만 귀신이 산다는 뜬소문에 왠만한 강심장으로는 감히 들어가질 못했다.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간 큰 아이들이 몇몇이 모인 날.
아이들은 그날따라 단단히 별렀다.
용감한 개구장이 녀석 하나가 좁은 문을 확열어 젖혔을 때 푸드덕 날다 떨어지는 박쥐 한마리.
모두들 기겁을 하고 달아나다 다시 돌아 본 상여막은 적막감만 흐르고 하얀 헌 상여 하나가 덜렁 놓여 있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은 꽃상여가 사라진지 오래.
시대의 변천에 따라 검은 자동차에 꽃치장을 한 장례차가 꽃상여를 대신해 주고 있지만.
그 옛날 무명 옷에 삼베포를 쓰고 꽃상여를 매고 가면 그 뒤를 따라 길게 늘어선 울긋불긋한 만사의 행렬.
이승의 마지막 길을 떠나는 망자의 혼을 달래줄 만한 것은 역시 꽃상여 밖에 없는 듯 하다.
어이~허이~ 어이 허이~
넘자 ~어허이~
"대문밖이 저승이구나"
어이~허이 어이~허이~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내년 요때나 오실랑가"
어이~허이~ 어이 허이~
넘자~ 어허이~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떨떨 거리며 나는 간다"
어이~허이~ 어이~허이~
나의 갈 길은 천리로구나"
어이~ 허이~ 어이~허이~
넘자~ 어허이~
평지 길을 갈 때는
"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 일세"
오~오~오~ 해 넘어 간다.
"만장 같은 집을 두고 북망산천 찾아 가네 "
오~오~오~ 해 넘어 간다.
"친구 하나 삼었더니 술만 먹고 잠만 자네"
오~오~오~ 해 넘어 간다.
"나비 나비 호랑나비 날과 같이 청산 가세"
오~오~오~ 해 넘어 간다.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 보고 웃지 마라"
오~오~오~ 해 넘어 간다.
하고 부르는 상두꾼의 상엿소리와 상엿꾼들의 후렴 소리가 어울어진 옛 선인들의 장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 듯. 옛 장례 풍경 사진 한 장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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