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글은 성재(省齋) 유중교가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평소의 단상(短想)을 적은 토막글 중의 하나이다.
남으로부터 자신의 잘못을 듣는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것을 자신의 앎이나 행동을 부정하고 결국 자신의 존재 의의나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감정이 격해져 그 감정이 상대로 향하면 화가 되고 자기로 향하면 자괴(自壞)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자기 부정이란 자신을 새롭게 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기존의 완고한 틀을 깨고 성장하는 데에 자기 부정은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남이 나의 잘못을 알려주는 것은 나를 묵은 틀에서 나오게 하는 반가운 두드림과도 같다.
더욱이 이 두드림을 듣는 일은 두 번의 행운을 거쳐야만 찾아온다. 만약 내가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상대가 듣고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다면 나의 잘못을 듣는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행운이다. 또한, 상대가 나를 ‘말해봐야 소용없는’ 사람이라거나 ‘잘못이라고 말했다간 무슨 말이 돌아올지 모를’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다면 그때는 아예 내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꺼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말을 해 준 것이 두 번째 행운이다.
이처럼 남에게서 나의 잘못을 듣는 일은 여러 행운을 거쳐 찾아오는 반가운 일이다. 이런 일이라면, 성재(省齋)가 다른 곳에서 했던 말과 같이 ‘진기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는[喜之如得奇貨]’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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