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혈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온화하고 부드럽게 가르쳐서 본성을 따르게 해야 한다. 힘들더라도 그렇게 해야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해치지
않고 가르침도 따르기 쉽다. 만약 엄하게 윽박지르거나 매를 댄다면 순순히 따르지도 않을뿐더러 마음을 다치고 의욕이 꺾여 생병이 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무익한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부모와 자식은 은혜로 맺어진 관계이니, 차라리 가르치지 않을지언정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다 같을 수는 없으니 모두에게 최고가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자질이 뛰어나서 큰 인물이 될 만한
아이라면 학문을 하게 하고, 또 당대의 훌륭한 학자를 찾아가서 배우게 해야 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과거(科擧) 공부를 시킬 만한 아이라면
수준에 맞게 가르치고 또 반드시 성취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질이 다소 부족한 아이라도 교육을 포기하여 남에게 천시당하거나 질시 받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는 일찍 결정해야지, 시일을 늦추다가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자식이 겨우 말을 배우면
대구(對句)를 짓도록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들어가면 과거 공부를 본분으로 삼고 학행을 겉치레로 삼게 된다. 그래서 종일 익히는 것이
모두 이욕(利欲)이고, 청소하고 응대하는 일과 효제충신(孝悌忠信) 등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고을에 미풍양속이 없고 세상에 훌륭한 인재가 없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정에서 부모가 예법에 맞게 행동하여 선한 말만 듣고 선한 행실만 보게 한다면 자제들의 언행도 반드시 모두
선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교재는 지금 시속처럼 『사략(史略)』을 우선할 필요가 없다. 먼저 『동몽수지(童蒙須知)』와
『소학(小學)』을 가르치되 쉬운 말로 설명해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충분히 읽어 의문나는 점이 없게 된 뒤에 다른 책을 가르쳐야
한다.
人之幼也, 血氣未定, 敎之常須和緩,
以順其性, 則雖勞無傷, 而敎亦易從. 若敎督太嚴, 常加誚讓楚撻, 則所敎不必順從, 而心喪氣奪, 必至生病, 非徒無益, 而又害之. 況父子主恩,
寧廢其敎, 而不可如此, 切宜戒之. 凡人家子弟, 作人不同, 固難一一以向上事望之. 其有聰明端重可爲學問者, 固當敎以學問, 又求當世之賢人君子,
使之從學. 有不及於此而僅可爲文字科業者, 則敎之以此, 亦必期其成就. 雖其最下者, 亦不可棄而不敎, 爲人所賤惡. 此宜早決,
而不可遲晩失時也. 人家生子, 纔能言語, 先作對句, 已入學, 以科業爲本分, 以學行爲外飾. 終日所習, 無非利欲, 而不知灑埽應對孝悌忠信爲何事.
所謂“鄕無善俗、世乏良材”者, 皆以此也. 若使家庭之間, 禮法興行, 所聞無非善言, 所見無非善行, 則彼之所言所行,
亦必爲善而不爲惡矣. 凡小兒授書, 不必如今俗以史略爲先. 先敎以童蒙須知及小學, 以尋常言語解釋其義, 使之入於心耳, 而熟讀無疑,
然後敎以他書. -
신익황(申益愰, 1672~1722), 「가숙잡훈(家塾雜訓)」, 『극재집(克齋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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