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옛글 모음

마음을 잡으려면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4. 3. 13. 16:28

- 이백서른두 번째 이야기
2014년 3월 13일 (목)
마음을 잡으려면
먼저 외모부터 수습해야 비로소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

先從外貌收將去 方纔得安頓此心
선종외모수장거 방재득안돈차심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두 아이에게 보냄[寄兩兒]」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윗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의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쓴 말입니다. 얼마 전 유배지로 스물을 갓 넘긴 장남 학연(學淵)이 찾아왔는데, 아들은 옷깃도 잘 여미지 않았고 앉을 때도 무릎을 잘 꿇지 못하는 등 외모나 행동거지가 단정하지 못하고 엄숙한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산이 유달리 크게 염려한 것은 아들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반관(反觀)의 풍조 때문이었습니다. 반관은 반관내성(反觀內省), 반관내조(反觀內照) 즉 돌이켜 보고 안으로 살핀다는 뜻으로 유가에서는 사물을 대하는[觀物] 수양법에, 불가에서는 좌선(坐禪)하는 방법에 쓰는 말입니다. 속박과 규범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은 반관의 뜻을 구실로 삼아 외모 수식하는 것을 가식이라고 지탄하고, 마침내 기본적인 예의범절까지 무시하면서 멋대로 행동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다산은 자신도 한때 이 병에 걸렸었다고 털어놓고, 그 못된 병통이 아들에게 옮겨간 것이라고 자책합니다. 그리고 이는 성인의 가르침을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말합니다. 성인의 가르침이란 『논어(論語)』「태백(泰伯)」에서 증자(曾子)가, “도(道)를 행하는 데 있어 귀중히 여겨야 할 것이 세 가지이니, 용모를 움직일 때는 거칠고 태만한 태도를 멀리할 것이요[動容貌 斯遠暴慢矣], 안색을 바르게 할 때는 진실에 가깝게 할 것이며[正顔色 斯近信矣], 말을 할 때는 비루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멀리할 것이다.[出辭氣 斯遠鄙倍矣]”라고 말한 것을 가리킵니다.

  다산은 “세상에 벌렁 드러눕고 삐딱한 자세로 서고 허튼소리를 하고 시선을 어지러이 두면서 엄정하게 마음을 보존할 수 있는 자는 없다.”라고 거듭 경계합니다. 그리고 아들들의 서재에 ‘삼사재(三斯齋)’라 이름을 붙이도록 하였으니, 삼사는 바로 증자가 말한 세 가지 교훈을 일컬은 것입니다.

  조선 중기 학자인 정개청(鄭介淸)도 “학문하는 자는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을 닦는 것이 제일 우선인데, 그 요점은 의관을 바르게 하고[正衣冠] 안색을 반듯하게 하는[尊瞻視] 것보다 절실함이 없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의복과 관대 등을 항상 깨끗이 하고 매우 단정히 하였다고 합니다.

  외면을 제어하는 것은 내면의 마음을 함양하기 위한 것입니다. 마음은 순식간에 황당하고 허탄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마음을 잡아 안정시키려면 우선 외모를 견제하라는 것이 선인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입니다.

글쓴이 : 오세옥(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