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옛글 모음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4. 3. 27. 22:26

2014년 3월 27일 (목)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모로써 속일 수 없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따르게 되고, 얻지 못하면 떠나가게 되니,
떠나가고 따르는 사이에 털끝도 용납하지 않는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하민지약야, 불가이력겁지야; 지우야, 불가이지기지야.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득기심즉복지, 부득기심즉거지, 거취지간, 불용호발언.

- 정도전(鄭道傳, 1342∼1398)
 「정보위(正寶位)」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조선 건국의 초석을 놓은 정도전의 말입니다. 한 사람의 왕이 절대 권력을 갖고 다스리던 왕조시대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그 임금을 버리고 떠나갑니다. 그 떠나간 백성들의 마음을 누군가 얻게 되면 백성들이 그를 따라갑니다. 고려가 그렇게 해서 망했고 조선이 그렇게 해서 새로 섰습니다. 조선이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은 토지개혁을 통해 백성의 삶을 안정시켜서 백성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정도전이 살던 때로부터 6백 년 넘게 지난 지금도 정도전의 이 말은 여전히 의미가 깊습니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선거를 통하여 국민이 따르고 떠나는 것이 드러납니다. 국민의 마음이 떠나면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게 되니, 한 번 국민의 마음을 얻어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때 국민의 마음을 얻은 자는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자도 새로이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약하다고 힘으로 위협하고 국민이 어리석다고 계략으로 속이면 결국 그 마음을 얻지 못해 국민들이 떠나가게 될 것입니다. 올해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힘과 계략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 남지만(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