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눈 닭의 병아리 키우는 법 - 자녀 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서 감히 따라오지 못하는, 아니 아예 범접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자녀에 대한 교육 열풍이다. 이젠 열풍을 넘어서 아예 광풍이라 할 정도이다. 이 세계에서 학교 교육이 우리나라처럼 제도적으로 완비된 나라도
드물다. 깊은 산골 마을이나 외진 섬마을까지도 학생 몇 명만 있으면 그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분교가 있다. 초등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도 그렇다. 이젠 각 군마다 거의 대학이 하나씩 있다. 학교의 숫자는 물론 진학률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가 감히
범접조차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렇게 완비된 학교 교육도 학원 등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에 비하면 조족지혈, 새 발의 피다. 집
앞을 나가 보면 예체능계 학원은 물론, 종합학원이니 보습학원이니 논술학원이니 하는 각종 학원이 즐비하다. 이런 학원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이
피곤에 지친 상태로 공부를 한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공부다. 그리고 학생들만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부모들까지 시달린다. 학원비에 시달리고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하는 데에 시달린다.
이렇게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에
몰두하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가가 있어야만 한다. 개개인으로 보면, 공부를 하느라 자신의 청춘을 모두 바치고,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의 삶을 희생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또 사회적으로 보면, 재주 있고 능력 있는
인재가 쏟아져 나와 이 사회에 기여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기업에서는 직원을 채용하면서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한탄을 한다.
투자에 비해 성과는 없는, 한마디로 실패인 것이다. |
암탉이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데 한쪽 눈이 멀었다. 오른쪽은 눈동자가 완전히 멀었고, 왼쪽 눈은 겨우 눈을 뜨고 있는 정도였다. 이에 낟알이 그릇에
가득 차 있지 않으면 쪼아 먹지 못하였고, 나다니다가 담장에 부딪히면 이리저리 오가면서 겨우 피해 갔다. 그러자 모두들 이 닭은 병아리를 기를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날짜가 차서 병아리가 깨어 나왔기에, 그 병아리를 빼앗아 다른 닭에게 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가엾어서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얼마 지나서 살펴보니, 그 닭은 특별히 달리 하는 일이 없었으며, 항상 섬돌과 뜰 사이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병아리는 어느새 쑥쑥 자라나 있었다. 다른 닭들을 보니 대부분 병아리가 죽거나 잃어버려서 혹 반도 채 남아있지 않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이 애꾸눈 닭만은 온전하게 둥지를 건사하였다. 이것은 어째서인가? 무릇 세상에서 병아리를 잘 기른다고 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먹이를 잘 구해 주고 환란을 잘 막아주는 것이다. 먹이를 잘 구해 주려면 건강해야 하고, 환란을 잘 막아주려면 사나워야 한다. 병아리가
부화한 뒤에는 어미 닭은 흙을 파헤쳐 벌레를 잡느라 부리와 발톱이 닳아서 뭉툭해지며, 정신없이 사방으로 나다니느라 편안하게 쉴 새가 없다.
그리고 위로는 까마귀와 솔개를 살피고 옆으로는 고양이와 개를 감시하면서, 부리로 쪼아대고 날개를 퍼덕이면서 죽을힘을 다해 싸운다. 그 모습을
보면 참으로 병아리를 잘 키우는 방도를 분명하게 터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숲 덤불을 분주하게 다니면서 때가 되면 불러들이는데,
병아리들은 삐악삐악하며 졸졸 따라다니느라 힘은 다 빠지고 몸은 병들어 간다. 그러다가 혹 잘못하여 병아리를 물이나 불 속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런 재앙이 갑자기 닥치면, 먹이를 잘 구하는 재주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조심스레 보호하면서 방어하여 싸우기를 타오르는 불길과 같이
사납게 한다. 그러나 환란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뒤에 보면 병아리들이 열에 예닐곱은 죽어있다. 또 멀리 나가 돌아다닐 경우에는 사람이 보호해 줄
수가 없어서, 사나운 맹수들의 밥이 되고 만다. 그럴 경우 환란을 잘 막는 재주 역시 아무 소용이 없다. 저 애꾸눈 닭은 일체를 모두
이와는 반대로 하였다. 나다닐 때에는 멀리 갈 수가 없으므로 항상 사람 가까이에 있으면서 사람에게 의지한다. 또 눈이 애꾸라서 제대로 살필 수가
없으므로, 항상 두려움을 품고 있다. 이에 그저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병아리들을 자주 감싸주기만 할 뿐, 특별히 애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병아리들은 제 스스로 먹이를 쪼아 먹으면서 제 스스로 잘 자랐다. 무릇 어린 새끼를 기를 때에는 작은 생선 삶듯이 조심스럽게 해야
하며, 절대로 들쑤셔서는 안 된다. 저 애꾸눈 닭은 이러한 지혜가 없는데도 기르는 방법을 제대로 잘 써서 결국 병아리들을 온전하게 길러냈다.
병아리들을 잘 기른 까닭은 여기에 있는 것이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여기에서 비로소 사물을 잘 기르는 방도가 비단 먹이를
먹여주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적당히 보살피면서 각각의 사물들로 하여금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해 주는 데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또 그렇게 하는 요체는 잘 거느리면서 잊어버리지 않는 데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애꾸눈 닭이 병아리를 기르는 것으로 인해서
자식을 잘 기르는 방도를 터득한 것이다.
有伏雌在窠而瞎。右睛全翳。左通微睇。穀不滿器。不能啄。行觸垣牆。彷徨以回避。皆曰是不可以有乳矣。及日滿雛成。將奪而與佗。又憐而不忍也。 旣而視之。無佗技能。常不離於階庭之際。而雛便茁壯長焉。觀佗乳者擧不免摧殘損失。或不能半存。而此獨有完巢之功何哉。 凡世所謂善乳者有二。善求食也。善防患也。求食尙健。防患尙猛。雛旣出殼。母能撥土揀蟄。嘴爪爲之磨鈍。規規四出。時無安息矣。仰察烏鳶。傍伺猫犬。厲吻鼓翅。拚棄死命。誠若快利得其路。 然奔走林莽。及時呼引。而雛也啼號跟隨。力則竭。體則病。或至於違失而水火是蹈。患殃猝逼。此求食無益也。其愼護禦鬬。猛若烈火。然患已去而雛亦爲之六七分摧敗。旣又遠出。人亦失護。鷙物之勇。有以勝之。此防患無益也。 彼瞎者一皆反之。行不能遠。故依止近人。目不能察。故常懷畏懼。動息徐徐。抱覆頻頻。不見用力之迹。雛自啄拾而成矣。 夫養雛若烹小鮮。惟忌攪亂。彼非智有以及之。而適中方便。畢竟萬全者。在此不在彼。 始知物之養成。不但在於哺鷇之恩。卽帥之有術。而各遂其生。其要在善御而不忘而已也。余於是因養雞而得養人之道。 -
이익(李瀷, 1543~1620), 「애꾸눈 닭의 이야기[瞎雞傳]」,
『성호집(星湖集)』 |
▶변상벽(卞相璧)의
계자도(鷄子圖) 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리그림백가지』에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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