乾의 허무.
오늘날 전하는 주역을 접하면 누구나 알만한 건괘가 있다. 64괘의 첫번째 괘이다. 하늘 건, 마를 건,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주역을 입에 담고 한 두 마디 헛 소리를 해본 사람 치고 주역 건괘를 예찬 하지 않은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乾이라는 한자의 함의가 온전히 담긴 乾이 최초의 주역에 있었던 것일까.
불행 하게도 고고학계에 보고된 마왕퇴 백서본 주역(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주역의 원본 한말의 무덤에서 나옴)은 놀랍게도 열쇠 건(鍵)으로 나온다. 건괘의 효사에 등장 하는 한자들도 여러 자가 다르다. 비용이니 잠용이니 항용이니 하는 멋진 말들도 한자가 모두 다르다. 64괘의 배열 순서도 지금의 것과는 완전히 다름은 물론이다. 상경 하경 하는 인위적인 분리도 되어 있지 않다.
주역이 선진 시대를 넘어 은말 주초라는 청동기 시대의 작품임은 은허갑골 점사들과 좌전등에 묻어 있는 주역의 흔적등으로 이미 증명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들이 접하는 금문본(송나라 때 정리되어 나온 주역)의 주역은 청동기 시대의 주역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10익으로 통칭 되는 유교의 해석은 최초의 주역과는 관계 없이 전혀 다른 주역을 만들기에 충분 했다.
갑골문에서 鍵은 좋은 초릿대를 든 사람이 걸어 가는 모습이다. 훗날 열쇠의 뜻을 얻어 쓰이기 시작 하지만 청동기 시대에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던 문자다. 金은 청동기 시대에는 청동을 말한다. 청동은 번쩍 거리고 단단 했다. 문을 잠구는 열쇠를 청동으로 만든 것에서 유례 되었다 해도 견강부회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열쇠 건을 아무리 바라 보고 있어도 위대 하다 건이여 아름 답다 건이여라는 해석은 연상 되지 않는다. 潛龍勿用이 있다. 건괘 초구다. 이것을 주역 해석가들은 거의 모두가 수면에 몸을 숨기고 큰 뜻을 펼 날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말한다. 과연 그럴까.
백서본 주역은 용과 잠의 한자가 다르다. 함의는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잠룡은 물속에 들어 간 용이라 해석이 된다. 그러나 물용은 이야기가 다르다. 쓰이는 것이란 뜻이 아니라 그륵에 비친 구름의 색이 원 뜻이다. 물은 고대의 샤먼이 제당 옆에 세웠던 깃대의 모습이다. 구름의 색갈을 보고 점을 치던 것이기도 하다. 물 그륵에 비친 구름의 색으로 점을 치니 용이 숨은 뜻이란 것이 잠룡물용의 해석인 것이다.
8괘의 의미.
괘라는 말은 건다는 뜻이다. 8괘는 무엇인가를 허공에 메달아 놓은 모습이다. 괘는 청동기 사람들의 인식이기는 하나 8괘가 동서남북과 지수화풍과 1234를 상징 하는 것이란 인식은 아직 하지 못하던 때의 말이다. 복희씨를 운운 하며 태극과 하도 낙서등을 만들어 낸것은 후대 사람들이지 청동기 사람들이 아니다.
나는 주역의 8괘가 음식에서 나온것이라고 본다. 음식의 공양은 禮다. 설문해자는 예를 신에게 복을 비는 것이다 했다. 示자는 日 月 星을 의미 한다. '예기'에 예의 단초가 보인다.
ㅡ 예의 시초는 음식에서 비롯 되었다. 옛사람들은 기장을 소식에 놓고 굽고 돼지 고기를 찟어 익혔으며 땅을 파고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담아 웅켜 쥐고 마셨으며 흙을 쌓아 북(稿)을 삼았다. 그렇게 해야 귀신에게 공경함을 보여 줄 수 있었다.
주역에서 말하는 8괘 건곤감이태건손간은 시간 방위 자연 숫자등을 나타 내기도 하지만 가족과 가축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청동기 사람들에게 가족과 가축은 시간 방위 숫자등 보다 우선시 되는 개념이었다. 8괘가 함의 하는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큰아들 작은 아들 막내 아들 큰 딸 작은 딸 막내 딸이며 가축은 말 양 닭 돼지 개 소 꿩 용을 말한다. 상징적인 용을 제외 하면 모두 원시 사회의 큰 재산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고대 인도 불교의 주문인 '옴마니반메홈'을 생각 한다.
옴마니 반메홈. om mani padme hum.
범어 옴바니반메홈을 해석 하면 신성하도다 홍련화여 보주(寶主)여 길상이로다.가 된다. 이 해석은 중국의 언어 학자 '조중국'의 해석이다. 홍련화는 연꽃을 말한다. 보주는 연꽃의 한 가운데 있는 실심방, 여성의 생식기를 은유한 말이다. 다시 말하면 옴마니반메홈은 고대 인도에서 여성을 칭송한 읇조림이다. 뭐 대단한 뜻이 아닌것이다.
나의 생각은 8괘가 청동기 사람들이 제사 의식에서 사용 하던 일종의 방귀자(方鬼字)가 아닌가 한다. 방귀자는 샤먼의 깃발속에 끼어 가족과 가축의 무운을 비는 일종의 부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 주장도 乾 과 坤을 갑골문 속에서 찾기 전 까지는 확실치 않은 것이다.
옴바니반메홈이 불교의 중요 주문으로 승화 되듯 8괘도 그렇게 함의가 키워져 동양 사상의 초석으로 발전 한다. 원래 부터 휘양찬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성생식기를 찬양 하며 생명 의식을 일깨운 옴마니반메홈이나 청동기 사람등의 가족과 가축을 걱정 하는 우환의식(憂患意識)의 발로로 8괘는 주목 할만 하다.
나의 생각.
주역을 조금 안다고 생각 하던 때가 있었다. 경과 '10익'을 보고 주자의 역을 보고 그렇게 믿었었다. 후에 경방과 참동계류의 주역을 읽고 아 또 한편의 주역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그 모두를 종합 하여 다시 주역을 읽었을 때는 내가 읽은 주역은 애초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주역은 읽는 사람의 주역이고 쓰는 사람의 주역이었다. 주역 앞에서는 공자도 주자도 경방도 위백양도 왕필도 모두 하잘것 없는 문맹일 뿐이었다. 오즉 하면 스스로 문사라 자임 하던 다산 선생도 4년동안 주역을 잠심완색(潛心玩索) 하고도 내가 해석하는 효사중 10에 7은 그르다고 자신의 저서 '주역사전'에 토로 했을까.
그들이 주역 앞에서 문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주역이 본래부터 그렇게 어렵고 심원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덛칠과 개칠로 누가 읽어도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있는 원죄(?) 때문이 아닌가 생각 한다. 특히 10익의 저자로 공자를 내세우며 아무도 주역에 토를 달지 못하게 하던 오랜 동양사의 시대적 풍토가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 한다.
나는 이번에 완전히 미친놈이 될 각오로 갑골문으로 읽는 주역에 도전을 했다. 이제 겨우 64괘를 탈고를 하고 다시 숙독 중이다. 선학들이 부족 해서 이런 생각을 못한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정보가 없었다. 그런데 갑골문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그많은 주역의 대가(?)들이 침묵 하고 있다는 것은 이상 하다. 이유는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당황 스럽다거나 게을러서 검토를 하지 못한 것 둘중 하나다.
무심한 여름이 가고 있다. 가을이 왔는지 겨울이 왔는지 나는 그것도 잘 모른다. 도서관으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 한다. 오늘의 나는 과연 어제의 나인가. 오늘의 나는 과연 내일의 나일 것인가. 나는 모른다. 나는 지금 64괘중 어느 괘에서 숨을 쉬고 있는지... 숨을 쉬기는 쉬는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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