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間(반간)'이라 함은 적의 첩자를 역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많은 병법서에서 이용되는 것으로, 딱히 삼십육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잠시 '孫子兵法(손자병법) 用間(용간)편에 설명된 다섯가지 첩자와 그 중에서 '반간'에 대해서 보도록 하겠다.
...'因間(인간)'은 적국의 평범한 주민을 첩자로 이용하는 것이다.
'內間(내간)'은 적국의 벼슬아치를 포섭하여 첩자로 이용하는 것이다.
'反間(반간)'은 적의 첩자를 매수하거나 역이용하는 것이다.
'死間(사간)'은 적에게 허위정보를 흘리게 하는 첩자이다.
'生間(생간)'은 적국을 정탐한 뒤 살아 돌아와 정보를 보고하는 것이다...
...적으로부터 침투한 첩자는 반드시 색출하여, 후한 뇌물로 매수하거나 두터운 대접으로 회유하여 전향시킨 다음에 적에게 되돌려 보낸다. 이렇게 해서 아군이 '반간'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간'을 통하여 적국의 상황을 탐지할 수 있으므로, 적국에 '향간(인간)'과 '내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반간'을 통하여 아군의 정보가 적에게 전달되므로, 이는 '사간'을 적에게 침투시켜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셈이 되며, '반간'을 통하여 첩자간의 접선이 가능하므로, '생간'으로 하여금 기일 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서 돌아가도록 할 수 있게 된다...
...이상이 '孫子兵法(손자병법) 用間(용간)'편에 소개된 '반간'에 관한 설명이다.
하지만 삼십육계에서의 반간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문의 풀이글을 살펴보자.
"상대방을 스스로 의심하게 한다. 이때 상대방의 사람을 이용하면, 아군의 손실도 없다.[疑中之疑,比之自內,不自失也.]"
손자병법에서의 반간은 '확실히 우리측으로 회유한 다음 적진에 돌려보내 우리측 첩자로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그 체계적인 이용에 관한 것까지 해설되어 있는 반면에, 삼십육계는 단순히 '적의 첩자를 역이용한다'는 개념만이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거기에 어떠한 회유나 매수 같은 것도 없다.(누차 이야기했지만, 어차피 삼십육계는 고사성어 모음이니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
...어쨌거나 삼십육계에 소개된 '反間計'에서의 '반간'은 적의 첩자를 회유나 매수 같은 것 없이, 적의 첩자를 역으로 속여서 그를 이용하는 것이다.
楚漢志의 예를 살펴보자. 항우에게 기가 질리도록 쫓겨다니기만 하다가 영양성에 갇혀버린 유방은, 진평에게 책략을 구한다. 이에 진평이 계책을 올렸다. 그것은 바로 楚에 첩자를 들여보내, 항우와 범증, 종리매를 이간질시키는 것이었다. 유방이 이를 승인하여 진평은 첩자를 楚에 보냈다.
그리하여 '범증과 종리매는 수많은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항우가 논공행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불만을 품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와 내통하여 초나라를 무너뜨릴 생각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에 항우는 이들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좌우에 이 이간계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진언이 있어, 항우는 의심을 풀었다. 그리고는 한층 더 격렬하게 영양성을 공격했다.
이에 장량과 진평이 계책을 올린다. 이번에는 항우에게 화친을 청하자는 것이었다. 유방이 화친을 청하자, 항우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였다. 그래서 사신을 보내 결정사항을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영양성의 허실을 확인해 보고 나서 판단을 내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항우는 자신의 총희인 우미인의 오라비인 우자기를 사신으로 보낸다.
우자기가 사신으로 오자 장량과 진평은 극진히 우자기를 대접했다. 호화로운 객사에서 온갖 산해진미를 대접하며 이렇게 말을 꺼냈다.
"범증 군사께서는 안녕하시옵니까.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귀공을 보내셨소이까."
이에 우자기가 대답했다.
"나는 범증 군사가 보낸 사람이 아니고, 항왕의 사신이오."
이 말을 듣자 장량과 진평은 크게 놀라며 낯빛을 바꾸고는 우자기에게 말했다.
"그러면 당신은 범증 군사가 보낸 밀사가 아니고, 항왕의 사신이란 말이오?"
그러고는 사람을 불러 우자기를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그 곳은 아주 초라하고 대접도 형편이 없는 곳이었다.
故고우영님의 초한지에 묘사된 진평의 반간계.
우자기의 보고를 받은 항우는 범증에 대한 의심을 굳히고 범증을 쫓아내고 만다. 초한지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군사인 범증을 잃은 항우가 후에 어떻게 되는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초한지에서 묘사되는 진평의 반간계이...지만 중간중간 억지스러운 전개가 꽤나 많이 보인다. 도대체가 밀사와 사신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 -; 어차피 楚漢志도 삼국지연의 못지 않은 뻥투성이(...)인데다가 작자도 일정치 않으므로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어쨌거나 진평이 우자기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 삼십육계의 '반간계'에 가장 근접한 예라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영양성에서 항우군의 포위에 갇혀서 지쳐버린 유방군이 사용한 것이므로 패전계로 분류하기도 용이하고...
*. 흔히 역사서나 역사소설에서도 '반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많은 경우가 '사간'과 혼동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진에 투입되어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첩자를 흔히 '반간'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뭐, 손자병법의 용어가 모든 병법의 기본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두라는 의미로 언급해 둔다.
출처 : 인간의 탈을 쓴 늑대(人狼)
글쓴이 : 푸른늑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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