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빌려 괵나라를 치다. 이는 春秋時代(춘추시대)에 晉獻公(진헌공)이 晉나라와 인접해 있는 괵나라와 우나라 때문에 골치를 앓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쓴 계략이다. 이는 아래에서 살펴보도록 하고, 풀이글을 보자.
"적과 아군의 두 나라 사이에 위치하는 약소국에 대해 만약에 적이 진출하면 우리도 구원을 명분으로 진출하여 차지한다. 약소국의 곤경에 말만 있고 행동이 없다면 신뢰하지 않는다.[兩大之間,敵脅以從,我假以勢.困,有言不信.]"
뭔가 딱히 와닿지 않는 해설이다. 실제 '가도벌괵'의 계략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진헌공이 인접한 괵나라와 우나라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는 얘기는 앞에서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진헌공이 괵을 치려 하면 우가 와서 괵에 가세하고, 또 우를 치려하면 괵이 와서 가세하는 바람에 쉽게 해결을 낼 수가 없었다. 이 우나라와 괵나라의 관계를 가리켜 '脣亡齒寒(순망치한)'의 입술과 이의 관계로 흔히 일컬어 왔을 정도였다.
한번은 괵나라가 또 진나라의 남방에 침범해 왔다. 진헌공이 대부 순식에게 상의한다.
"괵을 쳐야 할까?"
"우와 괵은 서로 친한 사이입니다. 우리가 괵을 치면 우는 반드시 괵을 돕습니다. 우리가 만일 군사를 옮겨 우를 치면 이번엔 괵이 반드시 우를 도울 것입니다. 신은 두 나라와 싸워 이겼다는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대책을 논의하던 중에 순식이 아뢴다.
"신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처음엔 괵을 굴복시키고 다음엔 우를 굴복시켜 두 나라를 모두 주공께 바치겠습니다."
"그런 좋은 계책이 있다면 속히 말하오."
"우와 괵 두 나라 사이를 떼어놓아야 합니다. 주공은 많은 뇌물을 우나라에 보내시고 잠시 길을 빌려[가도] 괵나라를 치십시오[벌괵]."
그리하여 우공이 탐내하는 좋은 구슬과 말을 가지고 순식이 우나라에 갔다. 우공은 처음에 괵나라를 치려는 것을 알고 분기충천했으나, 구슬과 말을 보고 태도가 바뀌었다. 또한 괵을 친 후에 괵에서 노획한 물건을 모두 바치겠다는 얘기를 듣고 또한 크게 기뻐했다. 이에 우공의 곁에 있던 궁지기가 간한다.
"주공께서는 진나라의 청을 승낙하지 마십시오. 속담에 이르기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나라가 우리 우와 괵에 손을 쓰지 못한 것은 우리 우와 괵이 입술과 이처럼 서로 돕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괵이 망하면 그 다음은 우리 우나라의 차례이옵니다."
그러나 우공은 궁지기의 말을 듣지 않고 진나라에 길을 내주었다.
이에 진헌공은 이극을 대장으로 삼고, 순식을 부장으로 삼아 우나라를 지나 괵나라를 쳤다. 그리고 괵나라를 친 후에는 괵나라 부고에 있는 보물의 10분의 3과 아름다운 궁녀들을 우공에게 바쳤다. 우공은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는 우나라를 찾아온 진헌공과 함께 사냥을 했다. 사냥을 하던 도중 성안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보니 진나라의 군사들이 도성을 점령해 버린 이후였다. 이에 우공은 진헌공에게 길을 빌려주고 결국 나라까지 넘겨주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도벌괵'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기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가도벌괵'은 이 실제 사례보다 다른 사례로 사람들에게 더 익숙하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주유의 '가도벌괵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삼국지연의 제56회의 이야기이다. 유비는 적벽대전 이후 뻔뻔스럽게도 형주에 눌러앉아 도무지 오나라에 형주를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주유는 여러가지 방법을 써보았으나 제갈량에게 번번히 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주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숙을 보내 유비에게 형주를 돌려줄 것을 재촉했다.
하루는 노숙이 형주에 와서 형주반환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유비가 갑자기 크게 울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노숙이 이유를 묻자 제갈량이 대답한다. 유비가 형주를 빌릴때 서천을 차지하면 돌려주겠다 하였지만, 서천의 주인은 유비와 종친인 유장이므로, 종친을 차마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형주를 돌려주면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이에 노숙이 주유에게 가서 아뢰자, 주유가 말한다.
"공은 다시 형주로 가서 유비에게 '손씨와 유씨 양 가문이 혼사를 맺었으니 바로 한 집안이옵니다. 만약 유씨로서 차마 서천을 빼앗을 수 없다면, 우리 東吳가 군사를 이끌고 가서 서천을 빼앗아 결혼 지참금 삼아 드릴 터이니 바로 형주를 돌려달라'고 하시오."
이에 노숙이 형주에 와서 말을 전했다. 제갈량이 감사를 표하자 노숙은 돌아갔다. 노숙이 돌아간 후로 제갈량이 크게 웃으며 유비에게 말했다.
"이는 바로 '가도벌괵지계'이옵니다. 서천을 빼앗겠다는 명분으로 실은 형주를 빼앗으려는 것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안심하시고 보고만 계시옵소서."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전략삼국지'.
이렇게 제갈량은 주유의 '가도벌괵지계'를 꿰뚫어 보고 오히려 주유의 계략을 비웃어 주어 결국 주유로 하여금 금창이 터져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연의는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유가 쓰려던 계략도 바로 '가도벌괵'이다. 하지만 주유가 쓰려던 것은 반쪽짜리 계략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가도벌괵'은 괵과 순망의 관계에 있던 우나라로부터 길을 빌려 '괵'을 친 후, 다시 '우'를 치는 계략이었다. 이에 반해 주유의 계략은 단지 길을 빌린다는 핑계로 바로 형주만을 치려는 계략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 인간의 탈을 쓴 늑대(人狼)
글쓴이 : 푸른늑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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