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시·수필
철부지 / 권영우 화롯불 뒷주머니 뒤적이는 가난한 아버지의 겨울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토닥토닥 구름산을 태우다, 싸늘한 별빛이 토해낸 서릿발 여명으로 보리밭에서 서걱인다 산모퉁이 돌아 서당 오가던 길섶에서 말라비틀어진 가지 사이사이 피운 물안개 유훈은 빈 굴뚝에 엉겨 붙은 시름을 꽝꽝 얼어버린 도랑에 씻어 내리며 허기진 가슴 얼음조각으로 채우시던 유산으로 오늘도 여지없이 새벽길 얼른 달려가라고 재촉하는데, 아직도 불혹의 인생은 주어진 운명의 무게도, 가야 할 길의 가치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어리광부리는 시종 나부랭이 나락에서 달콤한 바람 불어오는 현실의 골짜기에다, 둥지 튼 귀뚜라미처럼 짚더미 속 헛간에 곤한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