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절은 조선 초기 문신이며 사육신의 한 사람인 취금헌(醉琴軒) 박팽년(朴彭年 : 1417 ~ 1456)의 《박선생유고(朴先生遺稿)》에 실린 우잠(愚箴) 중 일부를 번역한 글입니다.
저자의 친구 강희안(姜希顔 : 1417 ~ 1464)이 어리석을 우(愚) 자를 넣어 경우(景愚)라는 자(字)를 썼는데, 저자는 그를 두고 '안자(顔子)를 배운 사람'이라고 칭찬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서로 권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서 이 잠을 짓는다고 하였습니다.
세상에서는 남의 말을 가져다 제 말인 양 쓰고,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을 가리켜 “그 사람 참 똑똑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묵묵히 마음으로 이해하고 자기의 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 참 멍청하다.”고 하는 일이 많습니다.
어리석지 않은데도 어리석은 듯하고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지 않는 철인(哲人)의 모습이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바보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는 체하고 말 잘하는 똑똑한 사람은 넘쳐나는데, 사물의 이치에 통달하여 마음이 한가한 사람은 귀한 세상에 대고 저자는 묻습니다. 무엇이 진짜 어리석은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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