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옛글 모음

재앙의 조짐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0. 8. 6. 11:16

 
고전명구 - 백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재앙의 조짐

2010. 8. 5. (목)

무릇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일어나는 날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夫禍之作, 不作於作之日.
부화지작, 부작어작지일.

- 한여유(韓汝愈 1642~1709), 《둔옹집(遁翁集)》
〈통감이 위열왕 23년에 시작하는 것에 대하여[通鑑始於威烈王二十三年]〉

[해설]

  제목에 나오는 ‘통감’은 송나라 사마광(司馬光)의 《자치통감(資治通鑑)》입니다. 그런데 《자치통감》은 주(周)나라 위열왕(威烈王) 23년부터 시작됩니다. 역사책을 쓰면서 주나라의 처음도 아니고, 위열왕이 즉위한 해부터도 아닌 중간부터 시작한 이유가 과연 무엇이겠는가 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윗글은 출발합니다.

  주나라는 마지막 왕인 난왕(赧王) 때(BC 256년) 멸망하지만 그보다 약 150년 전인 위열왕 23년(BC 403년), 진(晋)의 대부인 조적(趙籍), 위사(魏斯), 한건(韓虔)을 제후로 임명할 때부터 이미 멸망의 조짐이 나타났다는 것이 윗글의 핵심입니다. 주나라 왕실이 미약해지고 제후들이 강성해진 순간부터 주왕조의 멸망이 시작되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자치통감》도 바로 그 시기부터 기술되었다는 말씀.

  멸망하기 150년 전부터 주나라에 이미 멸망의 조짐이 나타났던 것처럼, 모든 재앙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그 조짐이 나타나는 법입니다. 이는 비단 나라만이 아니라 조직, 개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테니, 오로지 그 조짐을 미리 알아차리고 잘 대처하는 나라, 조직, 개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요즘같이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극심한 시대,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 할 가르침이 아닐까 합니다.

글쓴이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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