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공부/옛글 모음

둔갑한 여우

남촌선생 - 힐링캠프 2014. 1. 20. 13:43

여우의 둔갑과 소금장수의 이야기 

옛날 한 소금 장수가 전라도 옥구에 다다랐을 때였다. 어디에서 「히히히 헤헤헤」하는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저게 모슨 소릴까? 싶어 소리 나는 쪽을 살펴보니 무덤 옆에서 커다란 여우 한 마리가 사람의 해골을 갈고 있었다. 여우는 해골 바가지를 박박 갈아서 얼굴에 맞춰 보기도 하고, 다시 갈아서 입에 맞춰 보기도 하고는 「히히 헤헤」웃고 있었다. 몇 번을 그러더니 마침내 해골 바가지를 머리에 쓰고 재주를 팔딱팔딱 넘으니 백팔 노파로 둔갑했다.

소금 장수는 깜짝 놀라 그 거동을 지켜보았다. 둔갑한 노파는 지팡이를 짚고 어슬렁 어슬렁 고개를 넘어갔다. 소금 장수는 얼른 참나무를 베어 몽둥이를 만들어 짚고 노파의 뒤를 슬금슬금 따라갔다.

노파는 고개를 넘어서 어느 동네로 들어가더니 동네 한 복판에 있는 큰 부잣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져서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노파가 그 집에 들어가자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이「재너머 할머니 오시네」하며 반가워했다.

그러자 안에서 집안 식구들이 나와서 노파를 모셔 들이더니 아랫목에 앉히고 절을 하며 큰상을 올렸다. 소금 장수는 그 광경을 보고 나서 몽둥이를 든 채 사랑방으로 들어가

「이댁 주인이 누구시오」

하고 묻자 방안 사람들은 모두 그를 의아하게 여기며 쳐다보았다.

그중 한 사람이

「여보시오 소금 장수! 잔치집에 왔으면 음식이나 얻어먹고 갈 일이지 어찌 주인을 찾으시오」

하며 힐책했다.

「그게 아니오. 주인이 뉘신지 꼭 만나서 할 말이 있어 그럽니다」

그 말을 듣고 한 사람이 주인을 데려왔다. 소금 장수가 주인에게 몽둥이를 내보이며

「나는 이 몽둥이를 가지고 팔도강산을 돌아 다니는 소금 장수요, 한데 지금 이 몽둥이가 이상하게 떨고 있소, 자아 보십시오. 떨고 있지요. 이 몽둥이가 떠는 것은 나에게 무엇을 지시하고 있는 것이오, 그래서 나는 이 몽둥이가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니 주인께선 보고만 계시오」

소금 장수는 몽둥이를 가지고 사랑에서 나와 마당을 거쳐 안방으로 들어가서 아랫목에 앉은 그 노파의 머리를 내리쳤다. 노파는 캥캥 소리를 지르면서 큰 꼬리를 벋치고 죽어 나자빠졌다. 주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모두 놀라 아우성을 쳤다.

「자아 보시오 당신들이 재너머 할머니라고 융숭히 대접하던 노파는 바로 천년 묵은 여우였소. 내가 아니었더면 당신네 집이 큰 재변이 날뻔했소」

집안에서는 소금 장수에 백배 사례하고 사랑으로 모셔 융숭한 대접을 했다. 주인은 그 신기한 몽둥이가 은근히 탐났다. 그래서 그것을 팔라고 했다. 소금 장수는 의문스러웠다. 그러기에 주인 말을 듣고 펄쩍 뛰면서

「안됩니다 나는 이 몽둥이로 먹고 사는데 이런 보물을 팔 수가 있겠소」

주인은 그 말을 듣고 더욱 탐이 나서 자꾸만 팔라고 졸랐다. 마침내 소금 장수는 못이기는 체하고 큰 돈을 받고 팔았다. 그러고는 곧 그곳을 떠났다. 주인은 며칠 뒤에 몽둥이를 들고 집을 나섰다.

어느 산골짜기를 지나는데 저쪽에서 한 여인이 이편으로 걸어왔다. 주인은 저건 분명 여우가 둔갑한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몽둥이를 꼭 잡았다. 그가 흥분된 상태에서 몽둥이를 어찌나 꽉 쥐었던지 제풀에 몽둥이가 떨렸다.

옳지 몽둥이가 흔드는 것을 보니 여우가 틀림없다 생각하고 그 여인이 가까이 오자 머리를 내리쳤다. 여인은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여우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그냥 죽어 있었다. 이것 참 이상하다 꼬리가 여기쯤 있을 텐데? 하고 여인의 꽁무니를 뒤적뒤적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 중에는 여인의 남편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놈이 사람을 죽였다고 그에게 달려들어 두들겨팼다. 얼마 후 깨어난 그는 비로소 자신이 소금 장수에게 속은 것을 깨닫고 몽둥이를 내던지며 통곡했다.

*《한국의 전설》 일권(一卷) 188쪽 [여우 잡는 이상한 몸둥이] 전라북도 군산시 미면 조(條)의 요약 

정보제공 : 군산시 문화관광과 063-450-6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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