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義犬)은
내 집에서 기르는 흰 개인데 주인의 뜻을 잘 알아차린다. 새끼를 낳았는데 그 또한 흰색이다. 보름 뒤에 내 집의 또 다른 개 누렁이도 새끼 세
마리를 낳았는데 누런색과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새끼를 낳은 뒤에 어미가 병이 나서 밥을 줘도 먹지 않고 미친 듯이 날뛰다가 며칠 만에 죽고
말았다. 젖이 끊긴 새끼들이 애처로이 울므로, 나는 새끼들이 죽고 말 것 같아 걱정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의견이 마침 밖에서 돌아와서는
누렁이의 새끼들 곁을 빙빙 돌면서 보고, 갔다가도 다시 돌아보는 것이 불쌍하게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새끼 한 마리를 물고 달려가기에
따라가 보았더니 이미 제집에다 안전하게 데려다 놓은 상태였다. 이렇게 세 마리를 다 데려가서는 힘들여 젖을 먹여 제 새끼처럼 잘 키웠다. 아!
참으로 신통한 일이다. 당(唐)나라 때 마수(馬燧)의 집에 같은 날 태어난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죽자 남은 고양이가 죽은
고양이의 새끼들을 젖 먹여 키웠었다. 한유(韓愈)는 이 일을 두고 주인 마수의 덕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말하였다. 고양이는 가축이지만 성품이
가장 편협하여 가끔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놈까지 있다. 참으로 자기 새끼인 줄을 안다면 어찌 잡아먹을 리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다른 놈의 새끼를
젖 먹여 키운 것은 자기 새끼가 아닌 줄을 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개도 가축이다. 그렇지만 개는 주인과 객을 분별할 줄 알고 어미와
새끼를 구별할 줄 알아 그 성품이 가장 지혜로우니, 어찌 다른 놈의 새끼를 제 새끼로 잘못 알 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털 색깔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니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놈의 새끼라는 것을 알면서도 거두어 길러 주기를 이렇게 한 것이니, 어찌 개 중에서도 의로운 녀석이 아니겠는가.
지금 세상의 처들이 남편의 전실 자식을 남 보듯이 하고, 심한 경우에는 원수처럼 여겨 사납게 물어뜯기를 개돼지처럼 하니, 이들이 의견의 소문을
듣는다면 어찌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의견설을 짓는다.
義犬者, 靑坡先生之家蓄也. 色白, 善解主人意, 生子亦白. 後十五日, 同家有黃犬,
亦生子三, 皆黃黑色. 旣生而母病, 賜之食則不食, 狂走不止, 凡數日而斃. 兒犬方絶乳而哀鳴, 主人以爲必死, 計莫之救. 義犬自外適至, 環而視之,
去而復顧之, 若有哀矜之狀, 遂銜其子走出. 主人怪之, 尋而至之, 則已安其巢, 如是者凡三. 辛勤乳養, 一如所生, 以至長大. 嗚呼, 亦異矣哉!
昔馬北平家, 貓有同日生者, 其一死, 相乳養如是, 昌黎韓公以爲北平之德, 有以致然. 夫貓, 人蓄也, 而其性最褊, 往往有自食其子者, 誠知其子,
豈有相食之理乎? 則其相乳, 或有不知其非子而爲然者矣. 今犬, 亦人蓄也, 而知辨主客, 知辨母子, 爲性最慧, 豈有誤將佗子以爲己子者乎? 況毛色之不同,
大小之相異乎? 則非不知他犬之子, 而敢收恤如是, 豈非犬中之義烈者乎? 今世之爲人妻妾者, 視其夫之子, 如視路人, 甚者視爲仇讎, 狺然相噬, 不啻若犬彘,
其聞義犬之風, 寧不小愧乎? 用是作義犬說. -
이륙(李陸, 1438~1498), 「의견설(義犬說)」, 『청파집(靑坡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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